고해 일기
어느 날에 아파트 전기가 나간 적이 있었다. 의지할 수 있는 건 커튼을 걷은 베란다를 통해 무단 침입한 달빛이었는데, 그마저도 어두워 작고 희미한 촛불과 인위적으로 밝기를 내뿜는 휴대폰 화면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난 어둠을 사랑하면서 미워한다. 전등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날 바라보는 3개의 모니터의 눈과 바투 앉아 검은 글자를 마주할 때, 방해 요소 하나 없는 적막함을 사랑한다. 그러나 무언가를 끄적이며 나를 찾아주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을 갑자기 떠올리며 감사함을 느끼다가도, 그간 포기한 관계들을 전시하며 내가 빚은 어설픈 미련을 상기시켜줄 땐 밉기도 했다. 연필을 비스듬히 세워 덧칠을 하니 떠나간 사람들이 그려졌다. 당시의 온전하지 않은 나를 탓하고자 하는 건지, 더 이상의 자존심은 부리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
이제는 얼마나 더 옅은 인연들을 놓아버린 채 후회로 점철된 삶을 보낼지 허탈함에 웃음이 나왔고, 그렇지 못한 마음은 건조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