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광화문 테라로사에는
넓은 창가에 홀로 앉아
차 한잔에 하루를 적시는
향기 품은 자리가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연인들의
여유로운 웃음 뒤로
세월에 묻혀버린 감정을
거북목에 지고 가는 뭇 발걸음들이
여백의 유리창에 한줌 연민을 그려낸다.
그 너머 신문사 전광판에는
애달픈 세상의 소식들이
연이어 줄을 짓다 사라지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니
따사로운 테라로사의 온기는
어느새 냉기가 되어
식어버린 찻잔에 머물고
지나간 연인들의 한가로운 웃음마저
경계진 인생의 무심함에 야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