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서촌 막다른 골목길 끝집
젊은 부부의 숨결처럼
온화한 실내 분위기와 달콤한 음악에 젖어
쓴맛의 풍미에 달지 않아도 좋은 커피와
계란 담긴 타르트의 부드러움에
입맞춤할 때
동네 서촌의 아침 공기처럼
탁자 위에 꽂혀있는 신선한 보랏빛 꽃
한송이가
무릇 지나간 젊은 시절의
어설픈 사랑 고백에 젖어들게 한다.
작은 창가로 보이는 사람들의 발걸음
시간이 흘러도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
말없이 등 돌리고 있는 부부의 처진 어깨
비어있는 카페를 차마 나설 수없어
또 한잔의 커피를 시켜본다.
마지막 차가운 라테에는 이미 정오가
담긴 채 사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