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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훈 Apr 10. 2023

너는 낭만적이야

4월 낭만

당신이 정의하는 낭만은 무엇인가? 

내게 ‘낭만’은 무언가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은 추상적인 단어다. 꿈과 비슷한 환상같은 느낌을 준다. 나는 “낭만적이야~” 라는 말을 간혹 쓰곤 한다. 그런 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자. 이 상황이 단어를 설명해줄 것이다.


나는 당신을 위해서 절대 하지 못할 것을 당신이 나를 위해서 해주는 상황일 때 ‘낭만’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성격이 급한 나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걸 잘하지 못한다. 맛집에서 줄을 기다린다거나 약속에 늦은 친구를 기다리는 따위의 일을 어려워하는 편이다. 나의 시간이 소중한 만큼 상대방의 시간도 무척이나 소중하다. 누군가를, 무엇을 위해서 시간을 쓴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서울과 먼 곳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는 날이었다. 약속 장소가 서울이라는 것부터가 나를 위한 배려라고 느끼고 있었다. 친구는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 한아름 무언가를 들고 오고 있었다. 친구는 빵과 케이크를 한가득 무겁게 들고 있었다. 나는 보자마자 그 빵과 케이크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수년 동안 먹고 싶어 했던 빵집의 디저트들이었다.


수년 전부터 먹어 보고싶었지만, 빵집은 너무 멀리 있었다. 이 이야기를 곁에서 귀담아들었던 나의 친구는 나를 위해 그 먼 빵집에 가서 디저트들을 포장해온 것이다. 그 곳은 오픈하기 전부터 줄을 서야 하는, 서울에서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그 지역에서도 구석으로 한참이나 들어가야 위치한 빵집이다. 친구는 빵이 담긴 묵직한 종이봉투를 내게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너가 먹고 싶어 했잖아~”

“너는 너무 낭만적이야.”


나는 위 대답과 함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친구가 그 무거운 종이봉투를 들고 또 한참을 서울로 왔을 생각을 하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 마음에 어찌 보답할 수 있을까? 내가 감히 하지 못할 배려와 사랑을 보여주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서 낭만을 느낀다.


그림 같은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질 때 나는 ‘낭만’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스위스에 도착해서 알프스산맥을 마주했을 때 나는 컴퓨터 바탕화면에 들어와 있는 줄로만 알았다. 내가 전자기기를 통해서만 봤던 이미지가 현실로 보이다니. 심지어 그 현실이 눈이 부시게 아름다워서 나는 연신 두 문장을 반복했다. “가짜 같아.” 와 “진짜 낭만적인 풍경이다.”


또,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모네 그림을 실제로 봤을 때도 굉장히 낭만적이라 느꼈다. 평소 내가 너무 보고 싶었던 그림을 실제로 감상할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이처럼 비일상적인 모습을 목격한 순간에 나는 ‘낭만’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나의 낭만은 위와 같다. 낭만이 감정 혹은 인상으로 표현되는 상황들을 나열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낭만과 로망, 로맨틱이 같은 뜻인지.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심지어 낭만적이야 라고 말하는 게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린 낭만의 정의는 부러움이 아닌 다정함, 아름다움이다. 

당신이 정의하는 낭만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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