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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걱정이 많은 날엔 정리를..

by 아침엽서


오늘은 크리스마스, 크리스천도 아닌 나에게 오늘은 공공시설인 나의 GYM(헬스)이 쉬는 날이라는 만큼의 의미가 있을 뿐이다. 아침부터 서둘러 운동 가지 않아도 되니 대청소를 해보자.


싱숭생숭…

글쓰기도 힘들고…

걱정이 많을 땐 대청소가 최고다.


모처럼 옷들을 꺼냈다. 겨우겨우 비워낸 빈 공간에 친구가 보내 준 옷으로 다시 가득 차버렸다. 좀 골라서 버리려고 했으나 겨우 2벌만 치웠다. 분리하고 접고 꺼내기 좋고 보기 좋게 정리했다.


우리 집 둘째 명색이 하숙생이다. 주중엔 우리 집에서 출퇴근하고 주말엔 언니와 함께 사는 본인집으로 간다. 주중에 내 집에 오는 이유는 직장이 내 집에서 더 가깝기 때문이다. 내 집에 야금야금 옷을 가져다 놓더니 이젠 거의 내 집으로 옮겨온 것 같은데 정리를 잘 안 한다. 정리 좀 하라고 하면 엄마가 치워줄 거니까 괜찮다고 하고, 너네 집에 가라고 하면 자기 없으면 엄마아빠 심심해서 안된다고 안 간다. 출가하면 보고 싶어도 마음대로 못 보려니 싶어서 그냥 놔둔다. 그래서 사랑하는 둘째 방도 오늘 정리를 좀 해줬다.



내 재봉틀에 필요한 도구들도 정리하고 쇼핑백들도 차곡차곡 정리하고 쌀들도 모아 놓은 페트병에 담아 시원한 뒷베란다에 나란히 세웠다.


시장에 다녀온지 이틀째, 뒷베란다에서 뒹구는 시금치도 데치고 양념하여 나물을 만들고, 10Kg짜리 고구마상자도 정리하고, 쓰지 않는 섬유탈취제도 버렸다. 여유분 김치냉장고용 김치통도 버릴까 잠시 망설이다가 또 못 버렸다.


치지 않는 골프채도 버리고 싶지만 소유권이 남편에게 있으니 내 맘대로 처리도 못하고, 매실진액을 만드는 통도 버리고 싶지만 남편의 매실진액 사랑 때문에 못 버린다. 내년에 만들어야 한다더군.


이렇게 버릴 게 많지만 못 버리는 난 무늬만 미니멀리스트다. 오늘 다용도실에 쌓인 섬유탈취제 2통, 모아놓은 포장제, 봄 되면 치울 식물선반을 넣으려고 못 버리고 쌓아놓은 상자를 버린 것만으로 만족하자.


청소 마치고 그래도 크리스마스니까…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니까… 남편과 둘이서 ‘하얼빈’ 보고 왔다.


하늘엔 영광

땅엔 평화,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평화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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