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세계관을 엿보는 곳, 독립서점
바쁜 일정을 쪼개 강릉에 반드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결코 미루고 싶지 않던 까닭이다.
그러다 도착한 강릉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일요일 점심 2시간 10분만 할애하면 되는걸,
나는 왜 이곳에 오는 일에 그렇게 인색했을까?
지인의 추천을 받아 강릉의 한 독립서점에 들렀다.
밖에서 봤을 땐 '여기에 책이 얼마나 있겠어?' 싶었지만,
들어와 보니 여긴 도서관이라고 할 만큼 많은 책들이 있었다.
서점지기가 테마로 모은
한낮의 페이지, 한낮의 테이블 등등 '한낮의 시리즈'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다음 내 눈을 끈 건 흰 포장지에 작은 꽃을 묶어 가려둔 책들이었다.
포장지 한가운데 박힌 서점의 로고.
그리고 그 책에서 나온 글귀가 맘에 들었다.
결국 나는 한 책을 고심해 골라 내일 만날 사람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책을 넘기기에 딱 적당한 플레이리스트,
공간 모서리를 낭비 없이 비치해둔 테이블,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새로 만나는 책들이
"그래, 너 이런 시간 필요했어. 스스로를 충전하고, 영혼을 살찌우는 시간 말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이 작은 공간에 한 시간을 꼬박 머물렀다.
이곳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을까 싶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사 가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이곳에서 책을 사지 않고 나오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건 오로지 서점지기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이내 난 서점지기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어쩌다 이곳에 머릿속 일부를 전시할 생각을 했을까?
왜 이 서점에 '한낮의 바다'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왜 이 문장이 마음을 끌었을까?
왜 여기에 책방을 열었을까?
용기를 내 사장님께 물었다.
언제부터 이곳에 책방을 열었는지, 음악의 주인이 누구인지, 강릉에서의 삶에 만족하는지 등.
궁금한 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그쯤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다리가 아파올 때쯤,
나에게 딱 맞는 글귀가 들어있는, 선물 같은 책을 들고 이곳을 나섰다.
이곳에 머무르면서, 독립서점에 가는 일은 서점지기의 세계관을 들여다보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서점지기의 취향이 듬뿍 담긴, 진심을 담은 타인의 세계관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곳을 또 찾고 싶어졌다.
오직 나만을 위한 영혼의 시간을 갖기 위해,
타인의 세계관을 엿봄으로써 영감을 얻기 위해,
그리고 아직 열어보지 못한 수많은 책들을 만나러…
나는 또 그곳을 찾아 나선다.
대문 사진출처 :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