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진급 제도 폐지 / 출처 : 연합뉴스
한국 군대의 오랜 전통이던 자동 진급 제도가 사라지면서 병사와 부모들 사이에 혼란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진급 심사에서 떨어진 병사가 전역 당일에야 병장이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군 생활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 6월 국방부가 군인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병사 자동 진급 제도를 폐지한 이후, 군 생활의 풍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에는 복무 개월 수만 채우면 특별한 사고가 없는 한 이병에서 병장까지 자연스럽게 올라갔지만, 이제는 체력 평가와 사격 훈련, 화생방 등의 진급 심사를 통과해야만 계급을 달 수 있게 됐다.
자동 진급 제도 폐지 / 출처 : 연합뉴스
군 당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징계 처분을 받은 병사들의 진급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3일 국방부가 입법 예고한 군인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복무 중 유죄 판결이나 징계 처분을 받은 병사의 진급 제한 기간이 현재 1개월에서 최대 3개월로 확대된다.
처벌 수준에 따라 세분화된 제재 기간도 눈에 띈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거나 강등·군기교육 처분을 받으면 3개월, 그 외 유죄 판결이나 감봉·휴가 단축은 2개월, 근신·견책은 1개월 동안 진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만약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군기교육까지 다녀온 병사라면 무려 6개월간 진급할 수 없다.
이는 기존보다 3배나 강화된 조치다. 동일한 사안으로 유죄 판결과 징계 처분을 모두 받은 경우에는 각각의 진급 제한 기간을 별개로 적용할 방침이어서, 사실상 처벌의 강도가 한층 높아진 셈이다.
자동 진급 제도 폐지 / 출처 : 연합뉴스
진급 심사 제도 도입으로 인한 파급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진급에서 누락된 병사는 최대 400만원 정도의 급여 손실을 볼 수 있다. 2025년 기준 병장 월급이 약 150만원, 일병이 약 9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경제적 타격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부대 내 위계질서의 혼란이다. 진급 누락으로 인해 후임에게 계급이 역전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병사들 사이에 치욕감과 사기 저하가 우려된다.
18개월 복무 중 대부분을 일병으로 지내다가 전역 당일에만 병장을 체험하는 병사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진급 심사의 핵심 항목인 체력 평가가 70%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체력이 부족한 병사나 취사병, 영상감시병 같은 특정 보직에서는 진급이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징병제 하에서 진급에 차등을 두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자동 진급 제도 폐지 / 출처 : 연합뉴스
국방부는 이번 조치가 장병의 전투력 향상과 군 기강 확립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군 관계자는 “병사들이 계급에 부합하는 전투 기술과 개인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핵심 취지”라며 “모범적으로 복무하는 병사의 경우엔 해당이 되지 않기 때문에 군 사기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병사와 부모들의 반발은 거세다.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청원 등에는 병사와 부모들의 이의 제기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징계 처분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군 기강 확립에 기여하기 위한 개선”이라면서도 “추가 제재 강화로 보일 수 있는 개정이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인정했다. 국방부는 오는 7월 14일까지 개정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접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