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국가 전력망의 판을 뒤흔들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의 시동을 걸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대통령이 직접 사업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수십 조 원 규모의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격렬한 수주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국내 전선업계의 양대 산맥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이 사활을 건 경쟁에 돌입하며 산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단순히 낡은 송전선을 정비하는 수준의 사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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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태양광,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안정적으로 실어 나르기 위한 국가 차원의 새로운 ‘혈맥’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과거의 전력망은 대형 원전이나 화력발전소 중심의 중앙집중형으로 설계됐다.
이 때문에 전국에 흩어진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고, 오히려 발전을 강제로 중단시키는 ‘송전 병목현상’이 심화되어 왔다. 재생에너지 시대로의 전환에 기존 인프라가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해안을 시작으로 전국을 ‘U’자 형태로 잇는 초고압직류송전망(HVDC)을 새롭게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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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로 2030년까지 신해남에서 수도권을 잇는 서해안 전력망을 완공하고, 2040년까지 동해안까지 연결하는 대동맥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초대형 국책 사업의 막이 오르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곳은 단연 전선 업계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이미 물러설 수 없는 수주 전쟁에 돌입했다.
LS전선은 세계 최고 수준의 HVDC 케이블 제작 기술력부터 해저 시공 능력까지 모두 갖춘 ‘토털 솔루션’ 역량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1만 3000톤급 최신예 해저케이블 포설선 건조에 나서는 등 압도적인 인프라 우위를 굳히려 한다.
이에 맞서는 대한전선 역시 포설선 ‘팔로스(Phoros)’를 확보하고 충남 당진에 대규모 HVDC 케이블 전용 공장을 건설하며 추격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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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의 경쟁은 그룹 간 자존심 대결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대한전선의 모회사인 호반그룹이 LS그룹의 지주사 LS 지분을 매입하며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지폈고, LS그룹은 한진그룹과 손잡고 방위산업 협력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맞불을 놨다.
여기에 해저케이블 핵심 기술 유출 의혹을 둘러싼 양측의 고소·고발전이 법적 공방으로까지 번지면서 경쟁은 더욱 혼탁해지고 있다.
결국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고속도로’는 탄소중립, 전력망 개편, 균형발전, 산업 전환이 맞물린 변화의 출발점이다. 그 한복판에서 기술과 자본, 전략과 정치가 얽힌 세기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으며, 이 승부에 한국 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