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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자랑했는데 “돈은 왜 안 들어와?”

by 위드카 뉴스

5월 한 달 매출 14조…TSMC, 또 실적 신기록
‘신뢰’ 무기로 고객 붙잡고 독주 가속
삼성은 기술 앞세웠지만 신뢰에 발목 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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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반도체 패권의 향방이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해졌다.


올해 상반기, 시장이 받아 든 성적표는 한 기업의 압도적인 독주와 한 기업의 고전을 극명하게 증명한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는 지난 5월 한 달 동안 약 14조 6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2025년 1분기(1~3월) 매출은 약 28억 93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조 원에 그쳤다.


TSMC가 한 달 만에 삼성의 분기 매출을 서너 배 이상 뛰어넘는 수치를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한때 추격전을 벌이던 두 거인의 간극은 이제 ‘격차’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부족할 만큼, 걷잡을 수 없이 벌어졌다.


“우리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신뢰를 파는 TS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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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TSMC의 성공 방정식은 기술을 넘어 ‘신뢰’에 뿌리내리고 있다.


TSMC는 자체 브랜드의 완제품을 만들지 않는다. 이는 “고객과 절대 경쟁하지 않는다”는 창업 이래 철옹성처럼 지켜온 대원칙이다.


애플, 엔비디아, 퀄컴과 같은 테크 거인들에게 TSMC는 자신의 심장과도 같은 설계도를 온전히 맡길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생산 동반자’이다.


이러한 절대적 신뢰 관계는 수십 년에 걸쳐 고객을 묶어두는 강력한 ‘잠금 효과(Lock-in)’를 완성했다. TSMC의 고객은 차세대 제품의 설계부터 양산까지, 전 과정을 함께 헤쳐 나가는 운명 공동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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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TSMC는 파운드리란 ‘제조업’이 아닌, 고객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 되는 ‘서비스업’이라는 업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세계 최초’라는 영광의 함정…기술로 돌파하려는 삼성

반면 삼성전자의 무대는 다르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스마트폰 글로벌 강자. ‘초격차’ 기술로 시장을 제패해 온 삼성의 성공 DNA는, 역설적이게도 파운드리 사업에선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다.


고객사 입장에서 삼성은 생산을 맡겨야 할 파트너인 동시에, 시장의 파이를 두고 다퉈야 할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3나노 GAA(Gate-All-Around) 공정을 세계 최초로 도입하며 기술의 새 지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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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시장의 선택은 냉정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원하는 만큼의 물량을 제때 공급받을 수 있다는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화려한 청사진에 불과하다.


낮은 수율과 생산성에 대한 의구심은 결국 핵심 고객들의 발길을 돌아서게 만들었다.


미래를 원한다면, ‘체질’부터 바꿔야

두 기업의 운명을 가른 것은 결국 ‘철학’의 차이다.


TSMC가 고객과의 ‘관계’를 촘촘히 쌓아 올리는 데 집중하는 동안, 삼성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술의 ‘높이’를 쌓아 올리는 데 익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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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그러나 AI 시대의 개막과 함께, 산업의 문법은 바뀌고 있다. 개별 칩의 성능을 넘어 첨단 패키징, 고객 맞춤형 솔루션,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생태계와 파트너십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제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 GAA 공정의 수율 안정화라는 시급한 과제를 넘어, 고객들이 진정으로 믿고 의지할 파트너로 거듭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는 조직의 목표, 고객을 대하는 태도, 생태계를 꾸리는 방식 등 사업의 DNA를 바꿔야 하는 거대한 전환이다.


결국 ‘기술 초격차’라는 삼성의 성공 DNA를 파운드리 사업에 맞게 진화시킬 수 있느냐는 본질적인 과제로 귀결된다. 기술의 삼성이 ‘신뢰의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시장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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