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뮷즈 열풍 / 출처 :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의 기념품 매장에서 벌어진 놀라운 광경이 있다.
네덜란드인 관광객이 “루브르 박물관보다 이곳이 낫다”며 감탄하는 모습이었다. 미국에서 온 방문객 역시 “어떤 박물관보다 기념품이 흥미롭고 개성 있다”고 극찬했다.
이들을 매료시킨 정체는 바로 ‘뮷즈’다. 박물관과 상품을 결합한 이 신조어가 K-드라마, K-팝, K-푸드에 이어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K-뮷즈 열풍 / 출처 : 연합뉴스
지난 20일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 매장은 발 디딜 틈 없는 인파로 가득 찼다. 취객 선비 술잔과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같은 인기 상품들은 모두 품절 상태였다.
방문객들이 뮷즈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명확했다. 한국만의 독특한 개성이 담긴 상품들이기 때문이다. 한국 민화가 새겨진 마스킹 테이프를 살펴보던 미국인 노리스 씨는 연신 “정말 멋지다”며 감탄했다.
미술사를 전공한 그의 아내 제니퍼 씨는 “유럽은 각기 다른 도시 박물관인데도 동일하거나 유사한 기념품을 판다”며 “이곳은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최근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다녀왔는데 너무 비싸서 하나도 사지 못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 온 톰 씨도 “작년에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했는데 그곳 기념품들은 모나리자 작품을 여기저기에 복사해서 붙인 느낌이었다”며 “기념품이라면 그 지역에서 만들어져 특별한 의미가 있어야 하는데, 이곳이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K-뮷즈 열풍 / 출처 : 연합뉴스
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는 BTS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 K-컬처가 세계적 주목을 받으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흥행이 이런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23일 국립중앙박물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총 407만 3606명으로 지난해 동기 233만 3976명의 1.7배에 달한다. 뮷즈 매출액도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164억 3700만 원을 기록해 작년 동기보다 58% 증가했다.
대표적인 인기 상품인 ‘취객선비 3인방 변색잔’은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의 ‘평안감사향연도’ 속 선비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차가운 음료를 부으면 선비 얼굴이 빨개지는 특징을 가진 이 제품은 작년 한 해 6만여 세트가 팔리며 약 1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흥행하면서 뮷즈 ‘까치호랑이 배지’도 품절 대란이 일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까치와 호랑이 캐릭터와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7월 출시된 이 배지는 지난달에만 3만 8104개 팔렸다.
K-뮷즈 열풍 / 출처 : 연합뉴스
뮷즈 상품의 85% 가량은 ‘메이드 인 코리아’가 붙은 국산 제품이다. 특히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100% 국내 3D 프린팅 기술과 소재로 제작된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를 전담 생산하는 3D 프린팅 기업 ‘글룩’의 홍재옥 대표는 21일 경기 파주 공장에서 “반가사유상 특유의 오묘한 표정과 옷 주름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3D 모델링부터 레이저 조사, 경화, 도색, 검수, 포장까지 생산 전 단계가 모두 국내에서 이뤄진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김은숙 상품기획팀 차장은 “뮷즈의 국내 제조 원칙을 최대한 유지하려 하고 있으며, 목표는 100% 국산화”라고 밝혔다. 재단은 매년 뮷즈 상품 발굴을 위한 공모전을 개최하며, 참여 조건으로 ‘최종 제조국이 대한민국인 상품’을 내걸고 있다.
김 차장은 “그래야만 국민들도 K-컬처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것”이라며 “기관에서 기회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기업 및 소상공인이 성장할 수 있으며, 더불어 우리 문화를 알릴 수 있어 모두에게 좋은 선순환”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