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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털리던 서민들…정부, 결국 칼 빼들다

by 위드카 뉴스

보이스피싱 피해, 지금도 피해자만 전부 부담
정부, 금융사에 무과실 배상 책임 법제화 추진
AI·코인까지 묶어내는 전면 대응, 실효성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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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보이스피싱에 걸리면 지금까지 피해자가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했다. 사기범의 말에 속아 직접 돈을 이체했다는 이유로 은행은 책임을 회피했고, 피해자는 돈을 잃은 채 속수무책이었다.



계좌 지급정지 절차가 있다 해도 범인이 돈을 빼내는 속도가 훨씬 빨랐고, 남은 잔액이 있어야만 일부 환급을 받을 수 있었다.


대부분은 통장 잔액조차 남지 않아 피해자는 두 달 이상 기다린 뒤 ‘돌려줄 돈 없음’이라는 냉정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범인이 검거돼야 민형사 배상 절차가 가능했지만, 해외 조직과 대포통장이 얽힌 범죄 특성상 잡히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피해자들이 겪어온 억울함은 여기서 비롯됐다.


피해자만 떠안던 ‘보이스피싱 악몽’…이제 금융사도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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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내놓은 해법은 이 오래된 구조를 근본부터 흔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융사가 일정 부분 피해액을 책임지는 ‘무과실 배상제’가 추진된다. 피해자가 속아 직접 송금했더라도 은행이나 카드사, 보험사 등이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해야 하는 구조다.


지금까지 금융권은 비밀번호 위조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자율적으로 보상했는데, 법제화가 되면 책임 범위가 크게 확대된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부담이지만, 개인이 홀로 감당해야 했던 억울함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변화의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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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또 하나의 축은 인공지능 기반 보이스피싱 차단 플랫폼이다. 은행과 통신사, 수사기관이 가진 정보를 한곳에 모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의심 계좌를 사전에 막아내는 시스템이다.


돈이 오가는 순간 이상 징후를 포착하면 거래를 차단하고, 통신망에도 경고를 띄운다. 지금처럼 피해자가 먼저 신고해야 움직이는 방식이 아니라, 범죄 징후를 사전에 감지해 차단하는 예방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도 새로운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코인을 활용해 자금을 세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지급정지를 할 법적 근거조차 없어 사실상 무방비였다.


앞으로는 이상거래 탐지와 지급정지, 피해금 환급까지 거래소에 의무화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대응 공백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7개월 새 7천억 증발…갈수록 진화하는 보이스피싱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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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한편,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이미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올해 들어 7개월 만에 피해액은 7천억 원을 넘어섰고, 지난해보다 두 배로 불어났다. 단순 계산으로도 하루에 약 33억 원씩 빠져나간 셈이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범죄 수법이 인공지능과 치밀한 시나리오를 활용하며 빠르게 진화하는 상황에서 개인의 주의만으로는 방어가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결국 이번 대책은 개인에게 전가됐던 무거운 짐을 사회 전체가 나눠 지는 구조로의 전환을 예고한다. 금융사와 거래소가 더 이상 한발 물러서 있을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제도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을지, 금융권이 얼마나 빠르게 대응 능력을 높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남은 과제다. 보이스피싱과의 싸움은 이제 막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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