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GM 로고 / 출처 : EBN
지난해 49만대를 판매하며 호실적을 거둔 한국GM이 전례 없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미국의 수입차 고율 관세 부과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노란봉투법 통과와 노조 파업까지 겹치며 ‘한국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GM의 최대 약점은 높은 미국 시장 의존도다. 지난해 총 49만대 중 41만대가 미국 시장에서 팔렸다. 전체 판매량의 83%, 수출 물량 기준으로는 89%에 달한다.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2만5000달러의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미국 소형 SUV 시장 1위에 올랐다. 한미 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이 뒷받침된 결과였다.
트랙스 크로스오버 / 출처 : 쉐보레
그러나 지난 4월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최고 25%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불안감이 커졌고, 이후 협상을 통해 15%로 조정됐지만 기존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가격 경쟁력은 여전히 약화됐다. 미국 내 판매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1일 고용노동부 간담회에서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대표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법 시행 시 GM 본사가 한국 사업장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24일 국회를 통과한 이 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GM은 3000여 개 협력업체와 동시 교섭해야 할 가능성에 직면했다.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통과 / 출처 : 연합뉴스
통상 개별 협력업체를 통해 분산·관리하던 교섭 구조가 한꺼번에 집중될 경우, 행정적 부담과 법적 리스크가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 특히 노무 갈등이 발생할 경우, 그 파장이 본사까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계 기업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와 주한유럽상공회의소도 외국 기업들의 철수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국GM 철수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배경이다.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매일 4시간씩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오는 9월 1일부터는 확대 간부 중심의 철야 농성도 예고됐다.
노조가 반발하는 핵심 쟁점은 지난 5월 발표된 부평공장 부지 및 9개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 계획이다. 노조는 매각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며, 임금 협상에서도 회사 안(6만300원 인상)과 노조 요구안(14만1300원 인상)의 격차가 두 배 이상 벌어져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비자레알 대표 창원공장 방문 / 출처 : 뉴스1
비자레알 대표는 파업 첫날 창원공장을 방문했다. 트랙스의 성공을 기념하는 공식 일정이었지만, 업계에서는 철수설을 진화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노사가 극한 대립을 이어가는 것은 회사 전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양측이 조속히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상황이 더 악화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한국GM의 향방은 노사 간 협상 진전에 더해, 정부의 산업정책 및 미국과의 통상 협상 결과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