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관광 / 출처: 연합뉴스
천혜의 비경으로 유명한 울릉도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육지의 두 배에 달하는 물가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지는 사이, 섬을 오가는 여객선마저 운항을 중단한 것이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던 외로운 섬이 접근성과 경제성이라는 두 가지 난관에 부딪혀 관광 산업의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
울릉도는 독도의 모항이자 천혜의 자연경관으로 명성이 높지만, 그 아름다움 이면에는 감당하기 힘든 물가가 관광객들을 압박하고 있다.
울릉도 관광 / 출처: 연합뉴스
지난 8월 기준 휘발유는 리터당 1,959원에서 1,979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300원 이상 비싸다. 경유 역시 1,845원 수준으로 육지와 큰 격차를 보인다.
특히 렌터카 요금은 충격적인 수준이다. 성수기 기준 중형차 하루 대여료가 울릉도에서는 13만 원이지만, 포항은 7만 원, 제주도는 5만 원 이하에 불과하다.
차량을 직접 가져가려 해도 여객선 왕복 운송료만 35만 원을 넘어 엄두를 내기 어렵다.
울릉도 관광 / 출처: 연합뉴스
최근 울릉도를 다녀온 한 관광객은 “울릉도 관광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갑이 가벼워지는 경험이었다”며 “자연은 정말 아름답지만, 이 가격을 감당하고 다시 방문할 생각은 없다”고 토로했다.
울릉군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관광객 수는 2022년 46만여 명에서 2023년 40만여 명, 2024년 38만여 명으로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도 7월까지 방문객이 20만 9천여 명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약 10% 감소했다.
울릉군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회복된 영향도 있지만, 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교통 문제가 관광객 감소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난 8월 설명했다.
울릉도 관광 / 출처: 연합뉴스
식당에서 오징어 내장탕 한 그릇이 1만 5 천원, 따개비밥은 2만 원에 달하며, 주류 가격도 육지보다 평균 30% 이상 비싸다.
현지 상인들은 물류비 증가와 인건비 상승을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관광객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울릉도 관광의 생명줄인 여객선마저 운항을 중단했다. 울릉과 울진을 연결하던 카페리 ‘울릉썬플라워크루즈’는 경영난으로 9월 1일부터 운항을 멈췄으며, 이달 30일까지 운항 중단이 예정되어 있다.
울릉도 관광 / 출처: 연합뉴스
운영사는 “취항 이후 3년간 200억 원 이상의 적자가 누적되어 더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포항과 울릉을 잇는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 역시 지난 4월 기관 고장으로 운항이 중단됐다. 대체 투입된 ‘썬라이즈’호도 잦은 고장으로 운항이 불안정해 관광객들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처럼 높은 물가와 불안정한 교통 시스템은 울릉 관광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지역 관광업계에서는 섬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교통비 지원과 물가 안정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울릉도는 ‘가보고 싶지만 쉽게 갈 수 없는 섬’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