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소 / 출처 : 연합뉴스
휘발유차가 흔들리고 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전기차 캐즘(Chasm)’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렸다. 초기 수요가 꺾이고, 보조금 축소에 소비자들의 관심도 줄어들며 시장이 일시 정체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국내 전기차 등록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신차의 40% 가까이가 전기차로 등록됐다.
여기에 미국 기준금리 인하까지 겹치며, 업계는 “하반기 반등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아이오닉 6 N 라인 / 출처 : 현대차
최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에서 새로 등록된 차량 중 약 5대 중 1대는 전기차로 월간 기준 전기차 점유율이 역대 최고치를 찍은 셈이다. 올해 들어 매달 10% 이상의 비중을 꾸준히 유지하던 흐름이, 드디어 눈에 보이는 숫자로 현실화된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기차는 전체 시장의 2% 남짓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2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성장했고, 잠시 정체됐던 구간을 지나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해 연간 전기차 점유율이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수입차 시장에서는 변화가 더 급격하다. 8월 한 달 동안 국내에 들어온 수입 신차 10대 중 4대가 전기차였다. 휘발유 차량보다 네 배나 많은 수치다. 수치가 말해주듯, ‘전기차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제도와 충전 인프라 개선, 그리고 소비자 인식 변화가 동시에 맞물리며 전기차 수요가 본격적으로 터진 것”이라며, “내년에는 더 큰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모델 Y / 출처 : 테슬라
시장의 반전 배경에는 신차 출시와 함께 금리 인하 효과가 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 BMW, 벤츠, 폭스바겐 등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신형 전기차를 잇달아 선보이며 수요를 견인한 것이 우선적인 이유다.
한편 지난 2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7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9개월 만의 첫 인하로, 연말까지 두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도 시사됐다.
금리는 전기차 수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전기차 특성상, 소비자 대부분이 할부나 리스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9월 신차 대출평균금리는 9.43%로 높은 수준이었다. 이자 부담이 크면 구매를 망설이게 되는 것은 당연했다. 한 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내려가면 오토론이나 리스 상품이 개선돼 자동차 구매력이 회복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LG 에너지 솔루션 전기차 배터리 / 출처 : 연합뉴스
전기차 수요 회복 조짐은 배터리 업계에도 긍정적이다.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판매량이 늘면 곧바로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연결된다.
다만 캐즘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일부 배터리 기업들은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을 병행하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유휴 전기차 배터리 라인을 ESS 생산으로 전환하고, 신규 수주처 확보에도 힘을 싣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하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날 수 있다”며, “ESS와 함께 수익성과 경쟁력을 함께 끌어올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의 캐즘이 ‘끝났다’고 말하기엔 이르다. 하지만 판매 비중은 다시 늘고 있고, 전기차는 여전히 글로벌 정책의 중심에 있다. 캐즘이 끝났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시장은 조용히 다음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