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연합뉴스
첫 시추 실패로 좌초 위기에 놓였던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이 글로벌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투자 참여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난해 ‘대왕고래’라 불리며 기대를 모았던 유망구조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최종 판명됐다.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2월부터 반년간 진행한 정밀 분석 결과, 지층 구조는 유망했으나 상업적으로 회수할 만한 가스는 발견되지 않았다.
한때 최대 140억 배럴의 매장 가능성이 거론됐던 만큼 첫 시추의 실패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이는 “수천억의 혈세 낭비”라는 비판과 “한 번의 실패로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반론이 맞물리며 정치적 공방과 여론 분열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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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내의 논란과는 별개로, 해외 메이저 기업들은 동해 심해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석유공사가 대왕고래를 제외한 나머지 6개 유망구조에 대해 실시한 투자유치 입찰에 영국의 BP(브리티시 페트롤리엄)가 공식 제안서를 제출하며 참여 의사를 확정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사업성을 검토해 온 미국의 엑손모빌 역시 참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적 기업들의 가세로 사업의 무게감이 달라지고 있다.
이들이 탐사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동해 가스전에 뛰어드는 이유는 막대한 경제적 가치 때문이다. 만약 중형급인 20억 배럴 규모의 매장량만 확보하더라도 예상 매출은 1,200억 달러(약 150조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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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및 운영 비용을 제외하고도 수십조 원의 순이익 창출이 가능하며, 이는 연간 수조 원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막대한 양의 LNG 수입 비용을 절감해 외화 유출을 막고, 해양 플랜트와 파이프라인 건설 등 연관 산업의 동반 성장까지 고려하면 잠재적 파급 효과는 더욱 커진다.
물론 심해 유전 개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가장 큰 변수다. 천문학적인 비용과 낮은 성공 확률은 사업의 근본적인 한계로 꼽힌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첫 시추의 실패가 남긴 데이터는 후속 탐사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자산이 된다는 점을 글로벌 기업들은 간과하지 않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
실패를 통해 축적된 정보가 다음 목표 지점의 정확도를 높이는 귀중한 밑거름이 되는 셈이다.
대왕고래 유망구조의 실패를 두고 ‘성급한 희망’이었다는 비판과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는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사업의 향방은 다시 안갯속에 놓였다.
다만,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들의 공식적인 참여는 동해 심해 가스전의 탐사 가치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낸다.
첫 실패의 상처를 딛고 실제 경제성 있는 가스전을 발견해낼 경우, 국가 경제에 미칠 파급력은 상상 이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