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자원 불균형 / 출처: 연합뉴스
수십 년간 삶의 터전이었던 고향을 떠나야 한다는 주민들의 절규가 현실화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간 기대수명이 최대 13년까지 벌어지는 의료 불균형이 국민의 생명권마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의사나 대형병원 등 핵심 인프라가 수도권에만 몰리면서, 지방의 필수의료 시스템이 붕괴하고 지역 소멸이 가속화되는 비상 상황이 닥쳤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일 발표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의료 자원의 불균형은 통계적으로도 확연하게 나타난다.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는 수도권이 211.5명인 데 비해 비수도권은 169.1명에 불과해 격차가 뚜렷하다.
의료 자원 불균형 / 출처: 연합뉴스
300병상 이상의 대형병원 역시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 배치되어 있으며, 새로운 의료 인력의 증가 흐름조차 수도권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이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중증 질환에 걸린 지방 주민들은 지역 내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고속철도(KTX) 등을 이용해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역 의료의 마지막 방파제 역할을 수행하던 공중보건의사마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공중보건의는 열악한 처우와 복무 환경 탓에 지원자가 줄어들면서 2024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3천 명 선이 무너졌다.
의료 자원 불균형 / 출처: 연합뉴스
더 암울한 전망은 2025년에는 그 수가 1천 명 이하로 급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원이나 약국조차 없는 의료 취약지에서 공보의의 부재는 주민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비극을 초래하고 있다.
수도권 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 비율은 65.6%로 비수도권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처럼 의료 인력이 대도시에 집중되는 현상은 지방 의료의 취약성을 심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지난 2024년 하반기 전공의 추가 모집에서는 비수도권 필수의료 분야 지원자가 단 1명에 그쳐 지역 의료의 암울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의료 자원 불균형 / 출처: 연합뉴스
정부가 병상수급 관리 계획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 인력의 지역 유출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의료 인프라 부족은 비단 건강 문제를 넘어 지역 경제와 주민 삶의 질 전반에 걸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의료 자원이 부족한 지역은 기업 유치와 인구 유입에 제약이 발생하며, 이는 지역 경제 활동 저하와 인력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심화시킨다.
의료 불균형이 지역별 질병 부담의 격차를 초래하고, 궁극적으로 사회 전반의 생산성 하락과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된 바 있다.
의료 자원 불균형 / 출처: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지금의 의료 격차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 문제이며, 단순히 개인의 불편함을 넘어 국민의 건강과 국가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단순히 의료 자원을 재분배하는 차원을 넘어서, 지방에서도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사회적 신뢰를 되찾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지역 의료 인프라 확충과 불균형 해소는 지역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인구 유입, 그리고 평생 살아온 고향을 지키고자 하는 지역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