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플레이션 심화 / 출처: 연합뉴스
서민들의 간편한 식사나 간식으로 사랑받아 온 빵 가격이 최근 3년 사이 최대 44%까지 폭등하며 이른바 빵플레이션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문제는 이 같은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원재료비와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한 제과점과 카페 업종의 수익성이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민 물가의 고공행진이 소비자와 자영업자 모두에게 비상을 걸었다.
한국신용데이터(KCD)가 9일 발표한 ‘베이커리 시장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월평균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빵은 소금빵(15.7%)과 샌드위치(15.0%)로 확인되었다.
빵플레이션 심화 / 출처: 연합뉴스
KCD가 이들 품목을 포함한 인기 빵 10종의 중위가격(판매 금액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위치하는 가격)을 분석한 결과, 베이글 가격이 가장 많이 뛰었다.
베이글의 6월 말 기준 중위 가격은 4,400원~4,900원으로, 3년 전인 2022년 6월에 비해 44%나 폭등했다. 샌드위치(7,500원~8,300원)와 소금빵(3,300원~3,700원) 역시 각각 32%와 30%대의 높은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개별 품목의 상승률은 전체 빵 소비자물가지수를 크게 앞지르는 수치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8월 빵 소비자물가지수는 2022년 6월 대비 19.4% 상승한 것에 불과하다. 베이글, 샌드위치, 소금빵의 가격이 이 기간 평균 빵값보다 두 배 이상 오른 셈이다.
빵플레이션 심화 / 출처: 연합뉴스
빵 가격의 급격한 상승에도 불구하고 제과점 및 카페 업종의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CD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베이커리·제과점’ 업종의 월평균 매출은 약 907만 원이었다.
이 업종은 최근 2년간 매출 감소세를 이어오다가 결국 매출액보다 임대료, 재료비, 인건비 등 비용이 더 많은 적자 상태로 전환되었다.
‘다방·커피숍·카페’ 업종 역시 월평균 매출액(약 724만 원) 자체의 증감 폭은 크지 않았지만, 순이익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빵플레이션 심화 / 출처: 연합뉴스
이는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치솟는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방증한다.
베이커리 시장의 양극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KCD 분석 결과,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높은 매출 지수와 낮은 폐업률을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했다.
반면, 개인 제과점은 매출 규모가 작고 폐업률이 높아지면서 시장 내 격차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빵플레이션 심화 / 출처: 연합뉴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유명 경제 유튜버 ‘슈카’가 지난 8월 빵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소금빵과 베이글을 990원에 판매했다가 약 일주일 만에 중단한 사례는 시장의 민감도를 보여주었다.
당시 자영업자들은 이 같은 저가 판매가 “기존 빵집들이 빵을 비싸게 파는 것처럼 오해하게 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원재료비와 임대료 상승이 지속될 경우, 빵 가격 인상과 영세 자영업자의 폐업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서민 가계와 소상공인 모두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