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y 스탠다드 / 출처 : 테슬라
시장이 오랫동안 기다렸던 혁신적인 신차는 결국 나오지 않았다.
테슬라가 10일 유럽에서 공개한 ‘모델 Y 스탠다드’는 기존 차량에서 여러 옵션을 제거한 변형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신차 출시 기대감에 상승했던 주가는 실체가 드러나자마자 급락했다.
그럼에도 이번 출시가 단순한 원가 절감을 넘어선 전략적 행보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모델 y 스탠다드 / 출처 : 테슬라
테슬라는 10일, 모델 Y 스탠다드 트림을 유럽 시장에 3만 9990유로에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독일 기준 기존 최저가 모델보다 5000유로, 네덜란드에서는 무려 1만 유로(약 1,650만 원) 저렴한 가격이다.
미국에서 5000달러 할인을 단행했던 것보다 더 큰 폭의 인하로, 유럽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을 만회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유럽 내 테슬라 판매량은 1만 4831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5% 급감했다.
같은 기간 유럽 전기차 시장은 26.8% 성장했으며, 특히 중국 BYD는 전년 대비 215.7% 성장하며 테슬라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테슬라에겐 가격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가 됐다.
모델 y 스탠다드 / 출처 : 테슬라
모델 Y 스탠다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감춰진 파노라마 루프’다. 외관은 기존과 동일한 유리 천장이지만, 실내에서는 직물 라이너로 덮여 하늘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테슬라는 이를 “비용 절감과 생산 효율성을 위한 선택”이라며, 완전히 새로운 루프를 개발하기보다 기존 유리 루프에 직물을 덧대는 방식이 더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를 상위 트림과의 차별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하고 있다.
더 큰 충격은 라디오 기능의 완전 삭제다. 테슬라는 “대부분의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다”고 설명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라디오 없는 전기차는 처음”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 외에도 뒷좌석 터치스크린, 통풍 시트, 열선 시트, 전동 폴딩 미러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이 빠졌고, 가죽 시트는 직물 혼용 시트로, 스피커 수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모델 y 스탠다드 / 출처 : 테슬라
성능에서도 일부 타협이 있었다. 0→100km/h 가속 시간은 7.2초로 상위 모델(5.6초)보다 느리고, 주행거리 역시 534km로 88km 짧은 데다, 배터리 용량이 69kWh로 줄면서 충전 속도도 느려져 장거리 운전 시 충전소를 더 자주 이용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는 “기발한 비용 절감과 생산 최적화 사례”로 평가하는 반면, “프리미엄 이미지를 스스로 포기한 역행적 선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테슬라가 가격을 낮추면서도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려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옵션 제거만으로는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이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결국 테슬라의 진정한 승부수는 시장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보급형 전기차 ‘모델 2’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옵션 조정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다시 한 번 ‘혁신’을 증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