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분기 실적 / 출처: 뉴스1
침체기를 딛고 화려하게 부활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반도체 산업의 저점을 지나 본격적인 상승세로 전환한 배경에는 이재용 회장의 과감한 미래 투자와 전방위적 글로벌 리더십이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부품인 고성능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결실을 맺으면서, 삼성의 경영진이 내다본 AI 반도체 호황기를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14일 발표한 올해 3분기(7월~9월) 잠정 실적은 매출 86조 원, 영업이익 12조 1000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3분기 실적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31.81% 증가한 수치이며, 증권가의 예측치인 10조 1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이다.
특히 분기 영업이익이 5분기 만에 10조 원대를 회복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2022년 2분기에 기록한 14조 1000억 원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실적이다.
구체적인 사업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증권업계는 반도체 사업(DS부문)이 직전 분기 4000억 원 대비 10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어난 약 5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전사 실적을 견인했다고 추정한다.
이러한 호조세에 힘입어 분기 매출 또한 사상 처음으로 80조 원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삼성전자 3분기 실적 / 출처: 연합뉴스
이번 실적 급반등의 가장 큰 동력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수요 폭증이다. AI 가속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출하량 증가와 서버 교체 수요가 맞물리며 범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까지 급증하면서 이익 개선 폭이 크게 확대되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세가 삼성전자 실적에 큰 수혜로 돌아왔다. 시장조사업체인 디램익스체인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9월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의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전달 대비 10.53% 상승한 6.3달러를 기록했다.
DDR4 가격이 6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9년 1월 이후 6년 8개월 만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 역시 오랜 적자에서 벗어나 성장 기지개를 켜고 있다. 8나노와 4나노 공정을 중심으로 신규 고객사 주문이 계속되고 있으며, 특히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600’ 생산으로 가동률이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3분기 실적 / 출처: 뉴스1
이러한 호실적은 이재용 회장의 적극적인 대외 행보와 미래를 겨냥한 과감한 선행 투자가 결실을 맺은 결과로 분석된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한 달간 20일 넘게 미국에 머무르며 글로벌 경영 네트워크를 총동원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약 23조 원 규모의 파운드리 계약을 맺었으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삼성 회장과의 파트너십 논의 사실을 직접 알리기도 했다.
또한 이 회장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팀 쿡 애플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거물급 인사들과 연이어 만나 협력을 논의하며 주요 고객사 확보와 미국 텍사스 파운드리 공장 활성화를 이끌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적극적인 행보가 강력한 사업 지원과 동시에, 내부 임직원의 분발을 촉구하는 메시지 역할도 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3분기 실적 / 출처: 연합뉴스, 게티이미지뱅크
해외 활동과 더불어 국내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지속될 방침이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미일 순방 동행 경제인 간담회에서 “대미 투자와 별개로 국내에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도록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은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반도체, 바이오, AI 등 신성장 산업에 360조 원을 투자하고 8만 명을 채용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삼성전자의 실적 반등이 단발성 현상이 아닌 AI 시대의 본격적인 성장 국면 진입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이재용 회장의 통 큰 선제 투자가 결국 다가올 슈퍼사이클의 최대 수혜자로 삼성을 자리매김하게 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