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연합뉴스
한미 간 관세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핵심 쟁점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다.
미국은 ‘전액 선불’을 주장하지만, 한국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분할 납부를 제안했다. 그러나 투자액이 워낙 커 어떤 방식이든 경제적 부담은 피하기 어렵다.
논의 중인 안은 두 가지다. 8년 동안 매년 250억 달러를 내는 방안, 또는 10년간 200억 달러씩 지급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연 150억~200억 달러를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있으나, 이미 한국은행이 제시한 외환시장 한계선에 걸려 있다. 결국 ‘버틸 수는 있어도 여유는 없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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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현금 지급보다 특수목적법인(SPC) 보증 구조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정부가 통상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규모가 연 150억~200억 달러인데, 이를 초과하면 시장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 변수도 복잡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내 가시적 성과를 원하기 때문에 8~10년 분할안이 받아들여질지는 불확실하다. 일본이 5년 상환으로 합의한 점도 부담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대미 무역흑자가 연 600억 달러를 넘는 만큼 단기적 감당은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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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는 관세로 인한 연 120억 달러 손실을 피하기 위한 차선일 뿐이며, 핵심은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는 투자 구조”라고 강조했다.
재정 건전성 악화는 가장 큰 리스크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연 250억 달러는 우리 총수입의 5%가 넘는다”며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고, 이는 국가채무 급증과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용이 흔들리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기업의 해외 차입 비용도 급등한다.
결국 이번 협상은 ‘얼마를 내느냐’보다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다. 현금 투입이 늘면 재정 악화와 신용 하락의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반면 대출이나 보증 중심의 구조로 바꾼다면 충격을 줄일 여지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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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회피를 위한 협상이 되레 재정 리스크를 키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지 않으려면, 정부는 훨씬 더 정교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