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에서 '충전 속도'는 이제 단순한 기술 수치가 아닙니다.
소비자가 차를 고르는 실질적인 기준이 됐다는 말이 업계에서 나오는 가운데,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또 한 번 기준을 흔드는 수치를 들고 나왔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에서 테슬라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온 현대차가 이번엔 충전 속도 경쟁에서도 거센 압박을 받게 됐습니다.
BYD가 최근 공개한 플래그십 대형 SUV '그레이트 탕(Great Tang)'은 자사의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와 '슈퍼 e' 플랫폼, 1,000V 전기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 차의 핵심 스펙은 바로 충전 속도입니다.
BYD에 따르면, 자사의 1,500kW급 충전기를 이용할 경우 배터리 10%에서 97%까지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9분입니다.
현대차의 최신 플래그십 전기 SUV 아이오닉 9은 800V 아키텍처 기반으로 최대 237kW의 충전 속도를 지원하며, 350kW급 초급속 충전기에서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24분 이내가 걸립니다.
그레이트 탕은 같은 기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사실상 풀 충전에 해당하는 10%→97%를 9분에 끝냅니다. 현대차가 10~80% 채우는 시간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입니다.
물론 이 9분 충전은 BYD가 별도로 구축 중인 1,500kW 초고속 충전 인프라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방향성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충전 속도만 앞선 것이 아닙니다.
그레이트 탕의 전장은 5,302mm, 휠베이스는 3,130mm로 대형 패밀리 SUV로서의 공간감도 충분합니다.
후륜구동 모델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CLTC 기준 950km, AWD 모델도 850km 수준입니다. 듀얼 모터 최고 출력은 784마력에 달합니다.
실내에는 대형 중앙 디스플레이와 동승석 전용 스크린, 천장형 엔터테인먼트 스크린, 내장 냉장고까지 갖췄으며, 2+2+3 시트 배열의 7인승 구성입니다.
가격은 중국 현지 기준 약 40만 위안, 한화로 약 7,600만 원 이상으로 예상됩니다. 차급과 스펙을 고려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가격이라는 평가입니다.
전기차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현실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은 바로 충전입니다.
자율주행 기술에서 테슬라에 밀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현대차 입장에서, 충전 속도마저 중국 브랜드에 뒤처지는 흐름이 굳어지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차그룹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차세대 플랫폼 개발과 초고속 충전 인프라 확대를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BYD가 이번에 공개한 9분 충전이 실제 시장에 자리를 잡는다면, 그 속도에 맞춰 대응해야 하는 부담이 결코 가볍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