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푸꾸옥(PHU QUOC)여행 가고 싶어요."

(세리의 여행)

by 피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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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나? 언제나처럼 으레히 말이다.>


애초의 계획대로였다면 지금 우리는 약 한 달 가까운 여행에 필요한 짐보따리를 싸고 있어야만 했다.

그런데 실상은 그제 여행에서 돌아와 대충 짐 정리를 마치자마자 미뤄놓았던 일에 죽자사자 매달리고 있다. 어쨌거나 계획했던 여행을 앞당겨 다녀왔으니 그게 그것이 아니냐 싶겠지만, 실상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딱히 이미 벌어진 상황을 단박에 쉽게 정리 설명할 길이 없으니 답답하지만 서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걸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는지 아니면 억울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또 잘못 표현했다가는 묘한 역풍에 시달릴 것 같기도 하고,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달리 뭐라고 뾰족하게 설명할 방법이 적어도 내게 당장은 없어 보인다.

왜 슬픈 예감은 한 번도 틀린적이 없냔 말이다.

‘토말(土末)로 떠나는 가을 여행’ 중에 해남 두륜산 도솔암에 다녀오던 날 저녁이었다.

땅끝 오토캠핑장에서 숯불을 피우고 삼겹살을 구워 소맥 파티를 한참 하던 참에 아들에게서 안부를 묻는 전화가 왔다.

‘엄마. 수술한 다리는 괜찮아? 무리하면 안되는데?’

‘그제 다산 초당 오르느라 돌계단 길에서는 좀 뻐근하다 싶었는데, 계속 조금씩 늘려가며 걷다보니 많이 좋아진 것 같아. 아침엔 도솔암까지 걸어갔다가 왔는걸?’

‘거기 두륜산 자락 바위벼랑 암자까지? 이거 아빠가 여행을 핑계로 엄마를 너무 혹사 시키는 것 같은데?’

‘혹사는 무슨? 임마. 엄마를 업고 다녀오느라 아빠 허리가 다 고장났다.’옆에서 훔쳐 듣다가 툭 쏘아주고 말았다.

‘개뿔. 언제 업어줬다고? 근데 아들. 너희도 휴일은 잘 보내고 있니? 우리 병아리들은 지금 뭐하고 있니?’

‘태리는 이모하고 슈퍼 갔고, 세리는 엄마랑 샤워하고 있어. 거긴 바닷가인데 아직 춥지는 않지?’

‘비가 오긴 했는데 아직 추위는 모르겠어. 전기 담요도 가지고 온걸 뭐. 그나저나 병아리들 충주 간다고는 안해?’

‘하지 왜 안하겠어? 오늘 낮에도 할머니 할아버지 어디 여행 안 가시냐고 물어보길래 이번엔 할머니 다리가 아파서 쉬어야 한다고 돌려 말해주었지 뭐. 담에 할머니 다리 다 나으면 또 여행 데리고 가실 거라고 해주었어. 엄마 아빠 이번 여행에 대해서 애들은 아직 몰라.’

‘어쩐지 지난 밤에도 우리 병아리들이 자꾸 눈에 밟히더라. 어째?’

‘뭘 어째? 지금 엄마 다리 상태로는 태리 세리 감당 못할텐데. 이왕 쉬려고 떠난거 맘 편히 쉬다가 오셔.’

‘그럴게. 너희도 병아리들 외할머니한테도 자주 들리고 연휴 잘보내렴.’

‘아참. 근데 엄마. 태리가 할머니한테 물어봐 달라는데?’

‘뭘?’

‘올 겨울방학땐 어디 안가는거냐고?’

‘겨울방학? 어젠가 아빠하고 잠간 이야기 해 보았는데....... 겨울에 수영을 할려면 동남아나 괌 사이판 발리가 있는데, 필리핀은 총기사고 자주 나고, 태평양 지역도 늦은 태풍에 지진 때문에 불안하고, 캄보디아 사태로 그 일대가 온통 다 어수선해서, 아빠는 오히려 너나 며느리가 아이들을 동남아가 잠잠해질 때까지 안 보내줄 거라고 걱정하시던데?’

‘어쩜? 아빠랑 나랑 생각이 똑 같네?’

‘아빠는 유럽으로 병아리 데려가기 전엔 아시아권에선 앙코르와트만은 꼭 보여주어야 한다고 누누이 말해왔거든. 그래서 이번엔 앙코르 와트다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거기가 난장판이니 아무래도 가는 게 불가능해지지 않겠니? 추석전엔 그러면 유럽 데려가자는데 내가 안 된다고 했어. 태리가 아직은 어려서 역사나 미술에 통 관심이 없는데 지금 당장 유럽을 데려가서 뭐하겠느냐고? 사진 찍기밖에 더하겠니? 세리는 더 말해서 무엇해? 그래서 유럽은 중학교 가서나 가능하다고 했지. 그러고 나니 갈 데는 수영을 할 수 있는 동남아인데, 조금이라도 위험한 곳엔 우리 병아리들 절대로 데리고 갈 수 없다고 내가 우겼어. 금년은 그냥 조용히 넘어가자고 했어. 어제였지? 그런 이야기 나온 게?’

‘내 생각도 엄마 아빠하고 같아. 새로운 풍토병까지 나돈다는데....... 기회를 봐서 금년 겨울방학에는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위험해서 해외에 나가지 못하고 조용히 있어야겠다고 설명하고 이해를 시켜야지. 알았어요. 엄마. 그렇게 알고 있을테니 무리하지 말고 여행 잘하고 올라오셔. 파이팅.’

그렇게 통화가 끝났다.

그리고 이 통화의 결론은 금방 우리를 새로운 희망에 들뜨게 하기에 너무도 충분했다.

그때부터 우리는 뜨거운 열기속에 구체적인 새롭고 엉뚱하기까지 한 기발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캄보디아 사태로 병아리들과의 겨울방학 플랜이 취소되었다는 것은, 일단 여행 경비가 충분히 세이브 될 수 있는 찬스였고, 겨울이라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마련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병아리들에게서 벗어난 우리(할머니. 할아버지)만의 여행이 가능해졌다’는 뜻이기도 한 것이다.(물론 여기에는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기회가 생겼다는 뜻이지, 우리가 뭐 손녀들이 지겨워졌다거나 얽매었다가 겨우 해방된다는 뜻은 절대(?)로 아닌 것이다.)

(파리 ~ 바르셀로나) 여행을 단 둘이 다녀온 것이 도대체 언제였던가? 유럽아 기다려라. 이번엔 기어코 우리끼리 다시 간다.

그동안 중단되었던, 단념하고 지내야만 했던 우리 둘만의 유럽 여행에 대한 갈망이 뜨겁게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겨울이 오고 새해가 되고 나서 일이 좀 뜸해진다 싶으면 구정 전까지 대충 25일쯤 전후로 동유럽 여행을 떠나기로 작정을 그날 밤에 했다. 오랫동안 미뤄놓았던 (프라하 ~ 부다페스트) 여행을 이번에 기어코 다녀오자고 다짐까지 했다. 혹시나 유럽에 불상사라도 생기면 그때는 (조지아 ~ 아르메니아 ~ 터키 카파도키아)을 엮어서 안내해 보여주기로 했다. 죽기전엔 꼭 보여주겠다고 약속한 버킷리스트 목록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계획들이었다.

(토말 여행)을 끝내기도 전에 이미 우리는 (겨울 동유럽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럼 정말로 우리 병아리들과 함께하는 올 겨울방학은 없는거야?’

‘병아리 겨울방학? 따로 만들면 되지? 지금 해남이 너무나 좋다고 당신이 말했잖아. 비록 좀 멀기는 하지만 말야. 겨울에 옆 동네인 완도. 여수. 남해를 묶어서 겨울 캠핑을 데리고 오면 되잖아?’

‘수영장이 없잖아? 우리 병아리들은 수영장이 있어야 한다니까?’

‘그럼 실내 수영장이 있는 곳으로 다시 골라서 겨울캠핑을 떠나면 되지?’

‘이번에 좀 무리를 해서라도 데려올걸 그랬나봐. 땅끝 해수욕장 바다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는데....... 우리 애들은 이정도 날씨면 물에서 맘껏 신나게 뛰어 놀았을텐데.’

‘내일부턴 카라반이니까....... 지금이라도 아들보고 병아리들 여기까지 배달하라고 시킬까?’

‘당장 그러기엔 너무 멀어. 그리고 병아리들한테 이번 여행에서 부러 떼어놓고 이제까지 온것도 절대 알게하면 안되고, 크게 실망할테니까.’하면서 소주잔을 들어 벌컥 마신다.

그때 문득........ 어떤 슬픈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이러다 혹시나........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를 않나? 언제나처럼 말이다.'

그럼 그 슬픈 예감의 공소시효는 얼마나 되느냐?

정확히....... 24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그야말로 (오 마이 갓)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모야! 모야!>

마눌님 핸디폰 벨소리가 울려퍼졌다. 다음날 카라반으로 옮겨서 저녁꺼리 장보러 나갈 참이었다.

이런 벨 소리라면 아들. 며느라. 큰손녀 태리 에게만 해당되는 알람소리다. 아들은 어제 통화를 했으니 그럼 이번엔 딸(며느리)인가?

그런데 아니었다.

할머니 핸디폰에 떠오른 글자는 (예쁜 큰손녀 태리)였다.

순간 할머니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가며 연실 주변을 살폈다. 혹시나 캠핑장 분위기가 담기는 소리가 전해질까 두려워서다. 하긴 큰손녀에게 감추고 몰래 여행을 떠나온 죄가 있기는 있지 않았던가?

'우리 예쁜 큰손녀가 이시간에 전화를 다하고 웬일이야? 휴일 잘 보내고 있니?' 라고 다정스럽게 소곤소곤 말을 건네는데 뜻밖에 들려오는 답변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곧장 핵심을 향해 돌직구를 날려대는 당돌한 우리 윤태리는 정말로 아무도 못말려! 우리 집안의 최고 실세는 태리여!

'할머니. 아빠하고 한참 이야기 했는데요? 저는 베트남 겨울여행 다시 가고 싶어요.'

'베트남? 거기 요즈음 많이 위험해서........ 할머니하고 아빠하고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저는 할머니 할아버지만 옆에 있으면 하나도 안무서워요. 베트남 꼭 다시 가고 싶어요. 나짱에서 먹었던 비비큐 스테이크도 꼭 다시 먹고 싶구요. 애플망고 쥬스도 먹고 싶구요. 놀이공원에서 수영도 하고 싶어요. 할머니가 아빠에게 다시 잘 이야기하셔서 꼭 갈 수 있게 해주세요. 부탁드려요.'

'그래? 우리 태리가 그렇게나 간절하게 베트남 여행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세리는 뭐래? 세리도 좋아할까?'

'세리도 꼭 다시 가고 싶다고 이미 여러번 이야기 했어요. 할머니만 믿고 기다릴께요. 아빠에게 잘 말씀해 주세요. 아빠는 할머니 말씀이라면 반대하지 못하잖아요. 저희는 할머니 할아버지랑 베트남 여행을 가고 싶어요.'

'그래? 아빠는 지금 어디 있어?'

'집에요. 아빠가 안된다고 같은말만 자꾸 반복해서 제가 놀이터에 뛰어나와 지금 할머니께 전화드리는 거예요.'

'태리 너 울었니? 울지마. 그건 운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야. 알았어. 할머니가 지금 아빠하고 다시 통화해서 상의해 볼테니까, 너도 곧바로 집에 다시 들어가는 거야. 약속해. 바로 들어간다고. 할머니가 지금 전화해 볼께.'

'네. 들어갈거예요. 할머니. 저 기대해도 되지요?'

헐!!!! 욘석이?

채 24시간도 되지 않아서........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한 여름밤의 꿈'이 이런것인가?

마눌님과 아들의 통화는 그리 길지 않았다.

모르는 척 돌아앉아 소맥잔을 기울이고 있는 나에게 추상같은 엄명이 떨어진 것은 이미 충분히 예상되는 수순이었다.

'당장 푸꾸옥 가는 비행기편 알아봐 줘. 수영장 딸리고 조식이 포함되는 숙소도 알아봐주고. 비용때문에 쪼잔하게 굴지 말고 유럽여행에 쓴다고 생각한 비용 우리 병아리들에게 팍팍 쓴다고 생각해 줘. 시간 비용 따지지 말고 무조건 병아리들이 좋아할만 하다 싶으면 계획에 포함시키고 좀 서둘러 줘.'

'여긴 캠핑장이야. 집에 가야 제대로 추진하지?'

'개뿔. 어젠 유럽여행이라니까 머릿속 계산으로만도 답이 척척 나오더니, 오늘 손녀들과 베트남이라는데 그 쉬운 답이 어디가니? 태리한테 전화오면 할아버지가 준비할거니까 할아버지한테 요구사항 이야기하라고 할께. 그러면 다 받아줄거면서........'

'아!!! 어디까지가 천당이고....... 어디가 지옥인지 분간이 안가네?'

'어제 유럽여행 계획때문에 그래도 하루는 행복했잖아?'

'설레었지. 드디어 우리끼리 가는구나 하고.'

'어쩌겠어? 우리 소중한 병아리들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필요하다는데?'

'아빠한테 안되니까 할머니한테 직접 들이대는것 봐? 악마구리여. 그런게 둘씩이나..........'

'당돌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쁜 악마구리 아녀? 큰게 역시나 당당하고 의젓하잖아?'

'꼬리가 네개쯤 나온 여우가 되었어. 할머니는 구미호, 며느리는 팔미호, 이제 태리는 사미호, 세리도 이젠 꼬리 하나쯤 달았고, 좌우지간 우리집은 여우공화국이여.'

'우리 아들만 죽어나겠네? 아들 위한다 생각하고 할아버지가 준비 좀 서둘러서 해 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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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도 더 지나간 과거에 길거리 좌판에서 <이오공감> 이라는 카세트 테이프를 골라 집어든 순간부터 어쩌면 이미 예정된 슬픈 운명(?) 이었거나, 아니면 기구한 내 팔자(?)가 아니었을까?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숱하게 반복해서 들었던 노래 중에서 왜 유독 한 소절 ‘왜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나’라는 구절에 그토록 끌렸는지 말이다.

‘오늘 비행기 연착되는 것 아니야 하면 연착되었고’ ‘이러다 내 배낭이 맨 끝에 나오지 하면 맨 끝에 나왔고’ ‘혹시 숙소가 오버부킹이면 어쩌지 하면 정말로 오버부킹 때문에 다른 숙소를 찾아다녀야 했고’하여간, 이넘의 슬픈 예감에 대한 구구절절한 사연은 끊이지가 않았었다.

그러더니 기어코 엄마와 아들간의 강경한 그 맹세도 손녀의 전화 한 통화로 순식간에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말았지 않은가?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는 옛노래 가사만 그저 입가에 맴돌 뿐이다. 누구를 탓할 수 있단 말인가?

아들이 지금의 세리와 태리 나이였던 먼 과거엔 죽기살기로 참 열심히 캠핑을 다녔었다. 그 시기의 내 차에서는 항상 이오공감의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이소라의 <처음느낌 그대로>, 에밀루 해리스의 <wayfaring stranger>, 닐 영의 <Four Strong Winds>. 잭슨 브라운의 < The load / and Stay>가 울려 나오던 그런 나름으로 참 멋진 시절이었다.

그때...... 불현 듯 떠올랐던 그 슬픈 예감만 없었더라면........


이달 말쯤에 우리는 네덜란드 항공이나 독일항공 비행기를 타고 폴란드를 향했을 것이다.

먼저 폴란드 크라쿠프(Krakow)에 도착해서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배경을 둘러보고, 20개 정도밖에 안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중에서 <흰 담비를 안은 여인>을 감상하고 바벨 성채에 올랐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남동쪽 10km 떨어진 비엘리치카(Wieliczka)의 소금광산에서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추억이 가득한 녹색의 플릭스 버스를 타고 폴란드의 소도시 브로츠와프 길거리에서는 어린시절 소풍놀이처럼 보물찾기로 난쟁이 청동 조각상 찾기를 즐겨보고, 플릭스 버스를 이용해 이번엔 슬로베니아 류블랴나(Ljubljana)를 경유, 열차를 타고 오스트리아 빈(Wien)으로 간다.

빈의 성 슈테판 대성당을 보고 클림트를 비롯한 유명 미술작품을 찾아다니다가 바그너의 오페라 공연을 한 편쯤 감상하고 싶고. 빈의 공동묘지에서 유명 인사와 음악가들을 만나보고, 열차와 버스를 병행하며 당일 코스로 호반의 도시 할슈타트(Hallstatt)를 방문해보고 싶었다.

다시 플릭스 버스를 타고 체코 프라하로 가서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긴 시간을 체류하면서 과거 신성로마제국의 영화를 찾아보고 즐겨보고 싶었다. 바츨라프 광장과 카를교와 프라하성을 둘러보고, 체코의 숨어있는 보석 같은 소도시 체스키크룸로프(Cesky Krumlov)를 다녀온 후에, 이번엔 독일 국경을 넘어 드레스덴(Dresden)을 향했을 것이다. 쯔빙어 궁전과 레지덴츠 궁전 외벽의 <군주들의 행진> 타일 미술품을 꼭 보고 싶었다.

드레스덴에서 나오면 뮌헨에 들러 귀국을 하거나, 아니면 프랑크푸르트를 통해 귀국을 하던지, 그것도 아니면 드레스덴에서 네덜란드 암스텔담으로 가서 인근을 돌며 폴랑드르 미술을 구경하고, 특히 루벤스와 렘브란트를 만나보고 나서 암스텔담에서 귀국할지는 여행 중간쯤에서 결정을 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그냥 ‘한 여름밤의 꿈’이었다. 그넘의 슬픈 예감 때문에 말이다.



‘아빠. 어디세요?’

‘장기 주차타워에 차 세우고 이제 엄마에게 거의 다 왔다. 너는 어디니?’

‘인천대교 건너고 있어요.’

‘병아리들은?’

‘뒷좌석에서 한참 깊은 잠에 빠졌어요. 집에서 차에 태우자 마자 금방 잠이 들었네요.’

‘그럼 걱정이구나. 새벽 출발이 무리였나 보다. 우리가 출입구에서 기다리마.’

‘아니에요. 단기주차하고 걸어가겠다고 했어요. 깨워야지요? 어려워지면 다시 연락 할게요. 일단은 그냥 기다리세요.’

밤 비행기를 타면 푸꾸옥에 도착해서 아침 시간을 어린이들이 보내기가 힘들 것 같아서 부러 새벽 6시 비행기를 골랐다. 오전 11시쯤 도착하면 그대로 첫날 일과를 진행할 수 있겠다 싶어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벽 4시쯤부터는 아이들이 말짱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르는데, 어제 일찍 재우려고 에미 애비가 그렇게 애를 써도 여행에 대한 설레임 때문에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하더니, 기어코 공항으로 오는 차 안에서 잠에 떨어졌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런 우려를 거듭하면서 안절부절 못하고 공항대합실을 마냥 서성이고만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였는데.......... 짜쟌!!!!!!

말짱해진 모습으로 우리 병아리 두 마리가 활짝 웃으며 달려와 우리 품에 안긴다.

와!!!!!!

이 순간엔 프라하도 필요없고 할슈타트를 안가도 좋다. 더 말하면 뭐해? 더도 덜도 말고 이 순간이 이대로 오래갔으면 좋겠다.

‘우린 우리 병아리 두 마리만 있으면 항상 충분하니까 말이다.’

'엄마. 정말로 열흘 씩이나 괜찮겠어요?'

'뭐? 일주일이나 열흘이나? 작년에 나짱에서 7박 8일이 너무나 아쉬었기 때문에 이번엔 10박 11일을 택한거니까?'

'그래도 애들 데리고 열흘은 꽤 길텐데?'

'아들. 걱정하지 마. 잘 데리고 있다가 무사히 잘 챙겨서 돌아올테니까. 대신 너희들도 뭔가 의미있게 계획을 세워서 잘 보내도록 해. 떠나는 우리가 걱정이 아니라, 남는 에미 애비가 더 걱정이야.'

'엄마 아빠가 힘들까봐가 걱정이지. 우리야 잘 지내지요. 덕분에 편하게 지내고 있을테니 매사에 조심해 다녀 오세요. 아빠.'

'겡구(며느리)를 잘 부탁한다. 의미있고 즐거운 시간 만들어 주렴. 병아리들은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너희도 잘 보내. 알았니?'

'알겠어요. 아빠. 혹 아이들이 힘들어 하면 아무때고 편하게 전화 주세요. 동영상 통화로 달래볼께요. 열흘이면 두 세번은 그럴지도 몰라요.'

'그런 일 없을테니 아무 걱정하지마. 우리가 다 알아서 챙기고 아주 즐거운 시간 보내고 올께.'

그때였다. 할머니 품에 안겨있던 막내 손녀 6살 세리가 툭 끼어들면서 한소리 한다.

'열흘은 좀 길기는 한데.........'

순간 우리 가족 모두가 박장대소 할 수밖에 없었다.

'윤세리. 너가 열흘이 얼마만한지 알기는 하니?'

'아니요? 하지만 할머니랑 두밤 세밤 캠핑한 길이는 잘 알아요. 그것보다는 한참 긴거 아닌가?'

'그래. 그거에 비하자면 열흘이 좀 길기는 길지. 어이구 머리아퍼.

짐을 부치고 출입국 검사소로 들어가면서 서둘러 아들을 돌려보맨다. 아침 출근을 해야하니까.

세리가 아빠와 헤어지는데 잠시동안 아주 조금 애를 먹이고는 이내 제 여권을 손에 들고 출입국 부스로 향한다. 아들이 돌아갔다.

출입국 심사를 받고, 트램으로 출국 게이트로 향해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씩씩하게 뛰어놀다가 마침내 우리가 예약한 이스타 항공 여객기가 정확하게 6시에 인천공항 하늘로 날아 오르기 시작했다.

푸꾸옥까지의 오늘 비행 예정시간은 5시간 40분이 소요 예정이다.

이 긴 시간을 병아리들이 어떻게 견뎌낼지, 지금은 오로지 그것이 문제이자 걱정꺼리다.

우리는 지금 푸꾸옥으로 간다. <겡구에게 방학을 주자. 시즌 2>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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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첫 번째 숙소를 푸꾸옥의 중부지역에 해당하는 쯔엉동(Dương Đong)에서 골랐다. 꼭 일 년 전에 처가 식구들과 가족여행으로 와서 체류했던 호텔에서 한 골목(한 블록) 떨어진 롱 비치(Long Beach) 인근의 큰 도로에선 약간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빌라형 숙소였다.

조금 이른 시간이었기에 예약한 2층의 룸을 청소하는 동안 잠시 기다렸다가 체크 인을 무사히 마쳤다. 이제 정말로 베트남에, 최종 목적지인 따뜻한 푸꾸옥에 제대로 안착한 것이다. 멀고 힘든 여정이 나름 있었기에 이제부터 정말로 10박 11일 동안 그냥 푹 쉬면서 누리고 즐기는 일만 남은 것이다.

체크 인을 마치고 일단은 밖으로 나왔다. 점심 때가 이미 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처에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로컬 맛집이 제법 많이 있다. 과거 여행에서 쌀국수를 비롯해 다양한 음식을 이미 맛있게 접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병아리 녀석들이 당장 밥을 먹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고 한다. 대신 킹콩 마트를 가고 싶다고 한다. 어른들은 당장 허기가 몰려왔는데 병아리들은 먹는것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킹콩마트를 먼저 가고 싶단다.

다낭이나 나트랑이야 가보았지만 푸꾸옥은 처음인 녀석들이 킹콩마트을 연호를 하니 킹콩마트가 어떤 곳인지 이미 알고있단 말인가?

그랬다.

킹콩마트 뿐만이 아니었다. 그랜드 월드와 사파리는 물론 혼똔섬 케이블카와 물놀이 시설에 이르기까지 푸꾸옥에 대해서 아주 폭넓고 세세한 것 까지 온갖 정보를 섭렵해 두었고, 나름 저희만의 사전 계획까지 세워두고 출발했던 것이다. 그저 놀라울 수밖에 없다.

일 년 전만 해도 그저 쫄쫄 따라다녔을 정도였는데,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사전에 충분히 검토를 해두었고, 하고 싶은 것과 꼭 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도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니 그간의 놀라운 성장에 마냥 기뻐할 일인지, 아니면 슬슬 걱정이 찾아오는 것인지 우리도 잘 모르겠다.

물론 그동안의 모든 여행에서도 전체적 계획은 할아버지가 세워왔지만, 아침마다 하루 일과나 계획은 늘 모두 모여서 상의를 한 결과대로 진행하는 방법을 고수해 왔었다. 녀석들이 다 컸을 때까지라는 전제가 분명히 있는 상태에서 말이다. 그런데 불쑥 할아버지 생각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제 나름의 계획을 별도로 준비를 했고, 진행에 있어서 우선 순위을 제 생각대로 정하고 싶다고 의견 조율을 해오고 있으니.......... 대견함과 어떤 막연한 불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현실이 아니겠는가?

‘킹콩마트를 왜 가장 먼저 가고 싶은데?’

‘그냥 둘러보고 싶어서요. 나중에 귀국하기 전에 혹시 사고 싶은 것이 있나 하고 확인하고서 계획을 세워두어야 하고, 사실은 이번엔 엄마 아빠에게 작은 여행 선물이라도 사드리고 싶거든요. 물론 할아버지 도움이 있어야 하겠지만요.’

‘그럼 태리는 이번 푸꾸옥 여행에서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둔 것이 있었니?’

‘네. 있어요. 꼭이라고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맘에 드는게 있으면 사고 싶다고 생각해 둔 것은 있어요.’

‘그게 무엇인데?’

‘아직은 비밀이예요.’

‘그럼 세리는 사고 싶은게 있을까?’

‘그것도 비밀이예요. 하지만 세리의 비밀은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니까 할아버지가 조금만 생각해 보시면 쉽게 아실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제 비밀은 좀 어려우실 거예요.’

‘어렵다고 해도 킹콩마트에 가서 네 눈초리만 살펴보면 금방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킹콩마트에 가면 저는 할머니랑만 둘러보러 다니고 할아버지는 아주 쉬울테니 세리하고 다니시면 돼요.’

‘그럼 킹콩마트까지 걸어갈래? 아니면 택시탈래?’

‘좀 전에 검색해 보니까 2km 정도라 하던데요? 좀 무덥기는 하지만 길과 거리도 알아 볼 겸해서 갈 때는 걸어가고, 올 때는 상황 봐서 결정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거 시작서부터 벌써 예전과는 너무나 확 달라지지 않았는가?

큰 손녀의 성장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무엇인가가 생겼다. 이제 할아버지가 이끌고 뒤만 쫄랑쫄랑 따라다니던 손녀가 아니고, 어쩌면 이젠 손녀의 계획과 진행을 위해 짐을 챙기고 나르고 부지런히 보조를 해야하는 로드매니저 내지는 짐꾼이나 마당쇠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정말로 그랬다.

왜? 도대체 왜 슬픈 예감은 항상 틀리지 않는 것일까?


큰손녀 태리의 비밀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작은 손녀 세리의 비밀은 사실 우리에겐 별반 비밀이랄 것도 없다. 세상의 모든 귀여운 인형이나 장난감을 전부 가지고 싶은 것이 녀석의 바람이자 소망이자 비밀이었으니 말이다.(할아버지가 여우공화국에서 살아남으려 하다 보니 이젠 눈치가 9단이여. 얼굴 표정만 보면 벌써 상황판단이 빠삭해진다는 말이야.ㅋㅋㅋㅋ)

킹콩마트 옆에서 환전을 하고 들어가보니 벌써 태리와 할머니는 저만치서 기다리다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세리의 시선은 벌써부터 온통 장난감 인형과 기념품 판매대에 쏠려있다.

이번 여행에서부터 손녀들에게 경제개념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체득해서 보편타당한 선에서부터 책임지는 생활을 스스로 할 수 있게 해주어야겠다고, 근검절약과 예절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우선으로 하는 독일식 교육철학에 매료되어 단단히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 독일식 교육철학에다가 기독교 윤리관을 접목시켜 깨닫게만 해준다면, 틀림없이 우리 병아리들의 삶은 그 누구에게도 손가락질이나 지탄받지 않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바로 할머니의 가치관이자 손녀들에게 바라는 영원한 소망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제는 제대로 근검절약하는 경제개념을 가르쳐 깨닫게 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나름으로 이런저런 준비를 해왔었다. 성인이 되어 돈을 벌어보기 전에, 우선 돈이 무엇인지와 어떻게 하는 것이 돈을 가치 있고 현명하게 쓰는 방법인지를 먼저 가르쳐야 하겠다고 작정을 하고 떠나온 이번 여행길이었다. 독한 할머니(?)와 덜렁덜렁 손녀들 사이에 경제개념이라...... ㅋㅋㅋ. 또 어떤 슬픈 예감이 슬슬 작동을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할머니의 경제개념 교육 방식이 벌써부터 효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일까?

‘할머니랑 오늘은 과일과 과자와 마실 물 말고는 절대로 장난감이나 인형을 욕심내거나 사달라고 하지 않기로 약속했어요. 저녁에 할아버지가 저희에게 용돈을 주시면 내일부터 잘 생각해 보고 나서 제 마음대로 무엇이든 사도 좋다고 하셨어요. 대신 신중하게요. 그래서 오늘은 아무것도 안 사고 그냥 구경만 했다가 꼭 가지고 싶은 것을 마음속에 생각해두려고요.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저녁에 용돈을 많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요...... 집에 갈 때 더우니까 아이스크림 하나만 사주시면 안 될까요? 할머니한테는 제가 사달랬다고 하지 마시고요. 아셨죠?’

요녀석 봐라? 요 영약한 악마구리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할아버지는 태리 세리 줄 용돈이 없는데? 할머니한테 달라고 하지?’

‘아녀요! 할아버지가 돈 가진거 다 알아요. 방금 달러를 우리 용돈 주시려고 베트남 돈으로 바꾸셨잖아요? 장난치지 마세요.’

하이고야. 이런 녀석들에게 온전한 경제개념을 이제부터 가르친다고?

개뿔. 우리 병아리들은 벌써 돈의 생리와 흐름에 대해서도 빠삭하다고........ 돈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하면 그 돈이 자기에게 들어오는지를 다 알고 있다고? 도대체 야들이 누구 핏줄이여? 누구를 닮아서 이렇게 영악한거야“

과일 매장에 들어서니 덜컥 겁부터 난다.

‘아니 이게 현실이여? 이걸 어쩐다?’

악마구리 우리 작은 손녀 세리는 과일 킬러다. 킬러 정도가 아니라 과일이 절대적 주식이다. 하루 세끼를 밥만으로는 못 먹을 수 있어도, 일 년 365일을 과일만 먹으며 버티라고 하면 거뜬히 버틸 그런 아주 신기한 녀석(?)이다. 고기는 없어도 된다. 대신 가끔 쌀밥을 김에 싸서 김치랑 주면 더 이상 음식 투정은 부리지 않는다. 대신 과일은 무조건 옆에 쌓여있어야 한다. 과일은 가리지 않는 편이나 우선 포도를 가장 좋아하고 방울토마토와 체리 등등으로 이어진다. 어른에게도 많이 시다고 느껴지는 과일도 언제든 기다렸다는 듯이 넙죽넙죽이다. 동남아에 나가면 항상 기다렸다는 듯이 망고를 엄청나게 찾아서 쓱싹 해치운다. 지난 해 나트랑에서도 그랬었다.

베트남은 열대과일의 천국이다. 물가가 차이가 있으니 과일이야 지천에 그냥 널려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다만, 포도만은 예외라는 아주 특수한 상황이 지금 눈 앞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죽어라 표기된 금액에 0을 하나 떼어서 2로 나누고, 다시 5% 정도를 더해 보는데....... 무지 비싸다. 포도만 유독 비싸다. 솔직히 우리 동네 하나로 마트나 이마트 가격에서 조금 밑이다. 그냥 거기서 거기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미 여러 번 베트남을 드나들었지만, 항상 포도만은 예외였다. 다음으로는 망고는 최고로 저렴하지만, 망고스틴만은 제철이냐 아니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별로 실하지도 않은 포도를 표기된 저 가격대로 사서 먹어야 한다면......... 저절로 망고를 고르고 있는 세리에게 시전이 끌려간다.(디지게 생겨 버렸다. 세리의 포도 먹성을 감당하려면....... 아무래도 크랩이나 랍스터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만 하게 생겼다.) 그렇다고 안살 수도 없고.......

베트남은 열대기후의 나라다. 과일의 천국이다. 그런데 포도는 가을 정도의 기후에서 잘 자란다. 그러니 달랏이 아니면 북부의 중국과 국경 인근에서나 재배가 가능한데, 베트남의 현실적인 교통과 운송 인프라와 냉장 보관 창고 시스템 등이 거의 전무하다고 보면, 자기 지역의 농수산물이 아니면 가격이 절대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다. 도로는 좁고 엉망이지, 지금도 수시로 전기가 나가 자가발전기가 생활필수품인 베트남에서 포도는 그야말로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지금 샤인 머스킷이 주로 거래가 되는데, 결코 실해 보이지 않는 샤인 머스킷이 우리동네 이마트 가격과 별반 가격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신 우리나라에서는 먹포도가 근자에 들어 찾아보기가 쉬지 않은데 여기서는 서너 가지 품종으로 진열되어 샤인 머스킷에 비하면 좀 저렴한 편인데, 튼실한 포도송이가 없다. 물론 유럽에서도 튼실한 포도송이는 찾아보기가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유럽에선 싱싱하고 튼실한 포도송이는 무조건 와인 만든는데 먼저 쓸려 들어간다. 와인 제조용을 빼고 좀 허름하거나 잉여 농산물로 분류도힌 포도가 시장에 과일로 나오는데, 상점주인이 포도 진열대 옆에 쪼그리고 앉아 가위를 들고 상하거나 터진 포도알 을 하나하나 골라 잘라내고 있다. 절반 이상이 잘려서 빠져나간 요상한 포도 송이가 즐비하다. 그런 것들을 그냥 봉지에 담아 무게로 판다. 이마트나 하나로마트의 굵고 튼실하게 일아 꽉 찬 포도송이를 사려면 여러 군데 바쁘게 돌아다녀야 할 것이다.

과일 판매대 풍경은 유럽 대형마트요, 가격은 우리나라 이마트요, 한참을 서 있어도 포도를 사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여기는 베트남 푸꾸옥의 킹콩마트다. 현실은 ‘다른 과일을 사자 저걸 사면 미친 놈이다’ 하면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기어코 먹포도 세 송이를 봉지에 담는다. 미친 거 아니냐고? 우리 손녀 세리가 할아버지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는 마당에...... 내가 시방 안 미치고 배겨?

‘태리 비밀을 알아냈어. 가방이야 가방. 학교 갈 때 쓸 수 있는 길게 끈달린 가방을 사고 싶어해.’

포도봉지 무게를 달고 있는데 할머니가 불쑥 나타나서 귓속말로 특종을 전해준다.

‘학교가는 가방이면 아들이 사 주겠지? 그걸 왜 베트남까지 와서 사겠다는 거야?’

‘제 손으로 제가 사고싶은 것을 사겠다는 거야. 엄마 아빠는 경험과 판단이 태리와 다를 수 있으니까. 제 맘에 드는 걸 제가 골라서 사고 싶은 거야.’

‘돈은 있고?’

‘집에서 가방 살 생각으로 얼마 모으긴 했나봐. 환전이 있고 하니 못가져 왔지만. 검색해 보니 베트남 가방이 싸고 품질은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나 봐. 그러다 아까 내가 용돈 이야기를 했더니 갑자기 얼굴이 환해지더니, 그때부터 갑자기 가방을 살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었나 봐. 지금 엄청 신중해. 작고 예쁜 것을 할까, 크고 끈이 긴 것을 할까 하고. 중학교 갈 때까지 쓸 생각이래.’

‘그럼 최소한 4년을 쓰겠다는 생각인데....... 그냥 할아버지가 튼튼한거로 하나 사줄까?’

‘안되지. 경제 개념 교육을 시작하면서 처음 생긴일인데, 말 꺼내놓고 곧바로 할아버지가 나서서 돈으로 해결해 주면....... 안돼. 지가 용돈 받아서 스스로 해결하게 하고 조용히 지켜봐야지. 재미있잖아? 그러면서 커가는 거야.’

‘가방이 얼마나 하는데?’

‘긴 끈 달린 큰가방은 사십오만동, 핸드백처럼 생긴 것은 오십삼만동,’

‘그럼 용돈을 일단 가방은 살 수 있는만큼 주어야 하는거네?’

‘당신이 저녁에 태리 세리에게 한 오십만동씩만 나누어 주셔.’

‘그럼 가방도 제 마음대로 못사는데?’

‘지켜보자고. 뭔가 방법을 두고 제 나름의 생각을 하겠지. 세리는 오십만동이 얼마만 한지 모를 거고, 세리는 충분치 않을 수도 있고, 모르는 척 지켜보면서 뭔가 물어오면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 대화를 이어가면 해결책이 나오겠지. 당신은 어디까지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인 거야? 용돈은 공평하게 오십만동씩이고, 좀 있다가 계산대에서 만나. 오늘 사겠다고 결정하면 여기서 용돈을 먼저 주는 것이고. 알았지? 비.밀.지.켜.’

ㅎ ㅎ ㅎ ㅎ. 더해서 ㅋ ㅋ ㅋ.

‘태리야. 할아버지는 이미 네 비밀을 모두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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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태리는 킹콩마트에서 그렇게 학수고대해 왔던 가방을 사지 않았다.

‘할머니. 킹콩마트는 정찰제라서 할인이 안되잖아요. 조금 비싸단 생각이 들어요. 우리 야시장도 갈 계획이지요? 야시장에도 가방가게가 많이 있고 가격 흥정이 가능하다고 들었어요. 나짱 야시장처럼요. 야시장에 다녀와서 생각해 보고 결정할래요.’라고 할머니에게 비밀처럼 귓속말로 했단다. 이렇게 할아버지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참으로 기특한 우리 손녀.

어쨌거나 이래저래 짐을 한 보따리 가득 사서 그랩 택시를 타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풍덩!

다 필요없다. 우리 병아리들은 무조건 풀장만 있으면 만사형통이다. 오로지 수영장만 있으면 된다. 어둑어둑해져서 아무도 없을 때까지 죽기 살기로 물놀이를 즐긴다. 태리는 웬만한 수영선수급으로 이젠 웬만한 물 환경에선 더 이상 태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세리는 아직은 수영 조끼 신세를 져야만 하는 정도다. 하지만 매사에 무서울 정도로 저돌적이며 끊임없는 열정으로 넘쳐나서 늘 할아버지를 지치게 하고 애를 먹이는 애물단지다. 아마 조만간 조끼에서 벗어날 기세다.

녀석들의 아빠인 우리 아들이 초등학교 때, 아빠랑 늘 캠핑에서 물놀이는 즐겼었지만 정식 수영이라고 가르쳐본 적이 없었는데, 하루는 동네에서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가족 캠핑을 가서 아이가 물에 빠져 아빠가 구하러 뛰어들었다가 부자가 함께 익사했다는 소식이었다. ‘아! 이게 아주 가까운 주변에서도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구나’하는 생각이 어떤 전율처럼 다가왔다. 곧바로 아들을 초등학교 보이스카웃에 가입시켰다. 5학년부터 가입이 가능했는데, 부모의 특별 요청이 있으면 심사 끝에 4학년도 가입이 가능하다고 해서 특별 가입 신청을했다. 환경에 적응하고 재난에서 생존할 수 있고, 모두와 더불어 공존의 꿈을 키워가는 보이스카웃에서 아빠에게 배우지 못하거나 더 체계적인 수영이며 캠핑이며 독도법 등을 배웠다. 그제서야 한결 마음이 놓였다. 어떤 재난을 겪게 되어도 우리 아들은 어떻게든 맨 마지막까지 남아서 아빠가 와 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랬더니 아들도 큰손녀를 영어 수학 학원 보다 먼저 수영 교실부터 보냈다. 작은 손녀는 태권도 학원부터 보내더니 이번 겨울부터 수영학원을 보낼 예정이라 한다. 역시...... 우리 아들다운 선택이다.

러시아 손님들이 많았던 처음 숙소였는데, 그분들의 호기심 비슷한 관심과 환대속에서 수영장은 온통 우리 병아리들 차지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동생 세리는 어느새 러시아 꼬맹이들과 어울려 다니며 게임도 하고 그네도 함께 타고 주변을 압도하기 시작한다. 도대체 재는 누구를 닮았을까? ‘할아버지를 제일 많이 닮았네.’라고 할머니가 똑 쏘아댄다. ‘구우~~~~~~래애?????’

우리 손녀들의 아주 독특한 먹성(?) 이야기는 다음에 차차 하기로 해야하겠다.

베트남까지 와서....... 랍스터가 싫다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그런데 우리 손녀들은 하나 같이 ‘랍스터 같은거 완전 싫어요.’라고 대답한다. ‘타이거 새우도 싫어요.’‘쌀국수는 더 더욱 싫어요.’‘베트남 요리 대부분이 향신료 냄새가 너무 심해서 다 싫어요.’

‘태리야. 세리야. 그럼 베트남까지 와서 무엇을 먹지? 할머니 할아버지는 배가 많이 고파.’

‘할아버지가 알아서 주세요.’

‘알아서? 너희가 뭘 먹을 수 있는지 알아야 주지? 할아버지 까무라치겠다?’

‘저는 콜라만 있으면 되고요. 세리는 탄산을 안 먹으니까 과일이면 되고요. 나머지는 할아버지한테 맡길게요.’

‘맡기긴 뭘 맡겨? 우리 같이 식당 돌아보면서 먹고 싶은 것을 찾아보자.’

‘할아버지. 나짱에서 이미 다 경험하셨잖아요. 저희는 베트남 식당 가 보았자 그냥 코 막고 앉아있다 나올거에요. 그러니까 할아버지께서 잘 알아서 해결해 주시면되요. 아셨지요? 조심해서 할아버지가 다녀 오세요?’

‘이래서 식사때는 너희들 아빠를 데려왔어야 한다니까? 안되겠다. 아빠한테 전화해야지. 도무지 뭘 먹을 생각을 안한다고 일러야지.’

‘할.아.버.지.나.짱.에.서.이.미.들.으.셨.잖.아.요.아.빠.한.테.요.’하면서 눈도 꿈뻑 안하는 태리.

아들이 그때 그랬었다. ‘아빠 애들 안먹으면 그냥 내버려두세요. 배고프면 저절로 다 먹게되어 있어요’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게 말이 쉽지, 할머니 할아버지에겐 더할 수 없는 고통이란 말이다. 손녀들이 굶고 있는데 할머니 할아버진 먹는 게 넘어가겠니? 하여간 우리 병아리들하고 여행은 다 자신 있는데, 먹는 문제 하나만은 영원한 숙제로 남아있다.

‘할아버진 배달의 민족 아르바이트 하러 나간다’하고는 큰길가 여행자 거리로 향한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한참이나 걸려 온 동네 식당을 뒤져서 서너가지 다른 음식들을 포장해서 사가지고 온다.

통 사정을 해서 어떻게든 먹여봐야 한다. 할아버지 정성을 봐서라도 도전이라도 좀 해봐 주렴.

중.도.포.기.

늘.그.래.왔.듯.이.

내일 아침 호텔 조식 시간이라도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 난해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될테니까 말이다.

병아리들에게 퇴짜맞은 너저분해진 음식들을 가지고 안주를 삼아 위안의 깜짝 사이공 맥주 파티판을 벌인다. 사이공 맥주가 12캔이 있고, 달랏 와인이 2병 준비되어 있다.

맥주 캔을 세 개쯤 비웠을까?

‘할아버지랑 저랑 산책하면 안될까요? 골목길에 큰 개가 무서워요.’라면 악마구리 세리가 다가온다.

‘안된다 하면 너 혼자 나가려고 했니?’ 하면서...... 언제나, 늘, 한결같이 할아버지는 자동으로 따라나서게끔 애초부터 셋팅이 그렇게 되어있다. 세리 손을 잡고 푸꾸옥의 밤거리를 거닌다. 배도 고프고 술도 고프다. 이럴 때는 딱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하다.

‘세리야. 더우니까 우리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을까? 언니도 똑같이 먹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금방 녹을거거든? 그러니까 오늘은 이쯤에서 산책을 접고 아이스크림 사서 숙소로 돌아가 같이 나누어 먹고, 내일 아침에 할아버지랑 새벽 산책 다시 나올까?’그러면 거의 100% 성공한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와 맥주를 마저 마시고 이런저런 시간을 보내는데......

늘 그렇듯이 우리는 새벽 4시 전후가 되면 자동으로 잠에서 깬다. 잠드는 시간이나 여행 시차나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일단 우리는 새벽 커피가 있었야 하고, 다음에 나는 주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자료 정리들을 하고, 마눌님은 늘 성경을 읽거나 기도를 하거나 인터넷으로 새벽 기도에 참석한다.

어제찍은 사진을 점검하고, 오늘 스케줄을 확인하고 나서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이라는 가지고 간 책을 읽는다.

열어 놓은 커튼 사이로 날이 밝아오고, 7시부터 시작하는 호텔 조식을 준비하는 식당이 내다 보인다.

그때 누군가가 몰래 다가와 할아버지의 목을 껴안고 매달린다. 우리 작은 손녀 태리가 오늘따라 이른 시간에 잠에서 깼다.

큰손녀 태리는 할머니 옆에서 자고, 악마구리 세리는 늘 할아버지 옆에서 잔다.

‘할아버지. 산책 하신다고 약속했지요? 바다 구경 가고 싶어요.’

되묻지도 따질 것도 없다. 약속은 말 그대로 약속이며, 손녀와의 약속은 하나님이 증인이시니 언제나 겸손하게 따라야 한다. 그냥 잠자리에서 일어난 그 모양새 그대로 슬리퍼만 끌고, 손녀랑 바닷가로 새벽 산책을 나간다. 카메라는 빼놓지 않고 둘러메고 말이다. 이렇게 산다. 그리고 언제까지가 되든지....... 이렇게 만 쭈욱 이런 모습으로 살고 싶다.

골목길을 나와 큰 길을 건너서 다시 골목길을 한참 돌아간다.

숙소에서 바다까지는 대충 500m ~ 600m 쯤 되는 거리다. 오늘도 새벽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지난 해 여행에서는 할머니랑 나도 여기서 새벽 수영을 했었다. 세 번인가 수영을 즐겼었다. 바닷물이 오히려 지금은 더 따뜻한 느낌이 든다. 세리가 사방 뛰어다니며 흙장난을 하고 물장난을 친다. 어제부터 할머니가 세리를 발발이라 부르더니만 쏜살같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영락없는 발발이가 맞지 싶다.

그렇게 한참을 바닷가에서 놀다가 숙소로 돌아오니 조식을 먹으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이곳은 호텔 조식은 사실........ 뷔페식이긴 한데, 솔직히 표현하자면 그동안의 경험에 비교해서 좀 부실한 편이다. 일단 가짓수가 부족하고 신선도 면에서도 그리 훌륭한 편은 아니다. SNS 평점은 높았었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이번에도 사진빨(?)에 속은 것이 아닐까?

그런 느낌을 떨쳐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할머니나 병아리들은 어느 정도 다양하게 이것저것 가져다 다행스럽게도 제법 먹어준다. 식빵을 일단 토스트기에 굽고, 햄과 베이컨과 달걀 프라이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태리가 먹고, 세리는 살짝 굽다말은 식빵을 그대로 뜯어서 먹고, 망고 쥬스에다 여러 과일을 가져와 식사를 대신한다.

녀석들이 어느 정도 먹고 방으로 먼저 돌아가고 나서야 우리도 이제 본격적으로 아침 식사에 들어간다. 길거리 식당에 나가지를 못하니, 쌀국수부터 시작해서....... 어쩌면 우리에게 허락될 수 있는 어느 정도 선택이 가능한 유일한 여유 있는 한 끼의 식사다운 식사 시간을 즐겨보기로 한다. 가짓 수가 좀 적으면 어때? 맛이 좀 덜하면 어때? 커피와 차로 시작해서, 그래도 코스요리처럼 마지막엔 후식으로 과일까지 즐겨본다.

차를 리필하고 쌀과자에 쌀케익을 조금 가져오면서 아무래도 불안해 2층의 숙소에 올라가 보니 녀석들은 베란다의 그네 의자에 앉아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오늘따라 유독 둘의 사이가 다정해 보이는 것이 ‘이게 다 웬일이지?’ 싶다.

다시 식당으로 내려가 모처럼 여유롭게 차를 마셔보려 했더니만, 그사이 어느새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병아리들이 소란스럽게 쫓아 내려왔다.

‘할머니. 저희 수영할래요.’

그럼 그렇지. 재들을 누가 말려?

‘태리야. 우리 오늘 사파리 가기로 한 날이잖아? 그런데 지금 수영부터 한다고?’

‘빈 원더스는 안가고 사파리만 가기로 했잖아요. 사파리만 보면 시간이 그렇게 많이 안 걸린대요. 그러니까 좀 천천히 가도 될 거에요. 아침 수영 먼저 하고 싶어요. 저희끼리 수영할 테니까 할머니 할아버지는 오지 마시고 식당에서 좀 더 쉬셔도 돼요.’

‘세리 때문에 안돼. 어른들 쪽은 많이 깊어.’

‘세리는 조끼 입을거고 깊은데는 제가 붙잡고 있을거예요. 괜찮아요.’

‘그래도 어른이 한 명은 있어야 돼. 우리 약속했잖아. 우리가 수영장에 가서 차를 마시도록 할게.’

찻잔과 과자 접시를 들고 수영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 시간에 벌써 물에들어가는 사람은 우리 병아리들 밖에 없다. 식당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우리 병아리들 물놀이를 지켜보고 있다. 정말 못 말리고 항상 튀는 녀석들이다.

거기다가 사파리만 가려면 천천히 가도 된다고?

푸꾸옥에서 겨우 이틀 째 아침을 맞고 있으면서 윤태리는 벌써 이곳 푸꾸옥을 완전히 마스터하고 있는 것 같다. 정말 못 말리겠다. 또 무엇으로 우리를 놀래키려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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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디바 빌라 푸꾸옥 (Godiva Villa Phu Quoc)은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첫 번째로 선택한 빌라형 3성급 호텔로 즈엉동 지역의 롱 비치 인근에 위치했다. 큰길을 건너 약 510m를 가면 해변에 도착할 수 있다. 주소를 검색하면 (Tran Hung Dao Street, 두옹 동, 푸꾸옥) 이라고 나온다.

지난 번 여행에서 일주일을 묵었던 즈엉동 호텔에서 한 블록 떨어진 근처였기에 모든 면에서 매우 익숙한 편이었으며, 주변의 생활환경이나 맛집이나 교통편에 대해서도 전혀 지장이 없다고 판단되어 첫 숙소로 선택했다.

부킹 닷컴이나 아고다에 올라있는 그대로 아담하고 아름답고 깨끗한, 위치나 가성비에 있어서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이곳의 최고 강점은 아무래도 관계자 모두가 지극히 친절하고 배려심이 높다는 점에 있다. 3박을 하는 동안 아무런 불편이나 어떤 불만 사항도 없었다. 너른 베란다가 포함된 그리스풍을 연상시키는 우리의 방은 모든 면에서 썩 훌륭했다. 평소 우리가 럭셔리한 고급 리조트를 가지 않고 적당한 로컬 숙소를 주로 애용하는 기준에서 보자면 병아리들 때문에 다소 무리하는 듯도 싶었지만, 적어도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최고급 리조트 다음쯤으로 인식되었을 정도였다. 매우 만족스럽고 편안하게 잘 지낸 좋은 숙소였다.

다만, 사진과는 다르게 지어진지 웬만큼 시간이 많이 지났음인지 깔끔한 숙소 구역을 제외한 풀장이며 정원이며 보조 건물동 곳곳에 심하게 녹이 슬거나 훼손이 많이 되어 당장 복구가 시급한 부분들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안전에 대한 우려가 되었으며, 실제로 작은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이 우리 병아리들은 아니었지만, 같은 한국인 여행객 소녀가 풀장에서 타일이 떨어져 나간 부분에서 발 뒷꿈치를 베었다. 태리 할머니의 이른 조치로 별 탈없이 무사히 넘어갔다.

다음으로는 조식이 부실한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아주 조금 아쉬운 느낌을 떨쳐내지 못했던 점이다. 우리 병아리들 입장을 우선 생각했을 때, 나짱에서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싶었으나, 차차 익숙해 지면서 그런대로 감사한 마음으로 조식을 기다렸다.

그 외에는 체크 인에서부터 체크 아웃까지 딱히 불편했거나 다른 불만 사항이 없었다. 노후시설은 차차 잘 보완해 나갈것이라 생각되기에 말이다.

다시 푸꾸옥에 오게 된다면 충분히 다시 찾을만하다 하겠다. 더불어 나른 여행자들에게 당당하게 추천 해 줄만한 그런 숙소다.

아래 사진이 우리가 머물렀던 방이다. 노보텔이나 인터 컨티넨탈이 결코 부럽지 않았다. 정말로 가성비 최고.

무엇보다도 우리 병아리들이 다음 여행지 숙소로 옮기기 싫다고 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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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서 올라와 씻고 휴식을 취한 후에 우리는 첫 나들이를 나섰다.

오늘은 북쪽 빈 원더스 구역으로 <사파리 여행>을 계획한 날이다.

푸꾸옥 섬에서 유일한 대중교통 버스라고 할 수 있는 (빈 버스 17번)을 타고 그랜드 월드 사파리로 갈 예정이다.

숙소 입구의 도로변에 빈 버스 정류장이 있다.

이곳에는 ‘17번 버스’와 ‘19번 버스’ 두 종류가 정차한다.

17번 버스는 북부지역의 그랜드 월드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우리 숙소에서 조금 아래인 푸꾸옥 공항 대합실 사이를 대략 15분간 간격으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운행한다. 푸꾸옥 여행의 대동맥이라 할만 하다.

19번 버스는 역시나 그랜드 월드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같은 노선으로 공항을 통과하여 소나시 지역을 지나 남부 지역과의 경계라 할 수 있는 마리나 지역의 세일링 클럽과 인터컨티넨탈 호텔 사이의 정류장까지를 대충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그리고 이쯤에서 대단히 중요한 한 가지.......... 2025년 여름까진 푸꾸옥의 모든 빈 버스가 무료운행을 했다. 완전 공짜였다.

그런데 2026년 현재는 확실하게 유료로 전환되었다. 이번에 경험한 바로는 어린이는 1인당 1만동(vdn). 성인은 1인당 2만동(vdn). 60세 이상 시니어는 신분증 확인 후에 1인당 1만동(vdn)의 요금을 내야하는 유료화로 전환 되었다. 하여 우리는 한 번 여권을 보여주고 4명 4만동을 지불했고, 그것이 번거로워 영수증을 보관했다가, 영수증을 보여주면서 4만동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여러 번 버스를 이용했다. 거의 빈 버스와 그랩 택시를 반반씩 나누어 이용했던 것 같다.

이날, 사파리 투어를 가는 날은 병아리들의 강력한 요구로 빈 버스를 타기로 해서 정류장으로 갔다.

태리야. 세리야. 버스를 타는 게 그렇게 신나는 일이니?


오늘은 사파리 투어(Safari Tour)를 가는 날이다.

우리는 지금 그랜드 월드로 간다.

지금 저만치에서 17번 버스가 다가오고 있다.






-- 다음 이야기에서 (싸파리 투어) 로 이어지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피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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