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는 한 사람

말을 한다는 것은

by 파도

말을 한다는 것은 제 존재를 말소리만큼의 크기로 표현한다는 것. 그래서 말을 할 때에는 목소리가 공기를 통해 울리는 것이 느껴지고 향수처럼 상대에게 가닿는다.

마주 보며 말을 할 때에는 들리지 않았던 것들이 전화를 하면 또렷이 들린다. 한 사람이 목소리로 튀어나온다. 목소리가 몸짓을 불리고 사람 행세를 한다.

녹음을 한 적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 중에서 한 사람으로 녹음에 참여했다. 나를 아는 누군가가 내 목소리를 들었을 때 그 친구는 나에게 연락을 했다.

목소리를 들으니까 바로 너구나 싶었어. 나를 이루는 수많은 것들 중 하나인 목소리를 떼어서 음성파일에 담았을 때 나는 나를 조각처럼 떼인 기분이 들었다.

어찌 되었든, 그 말부터 시작했다. 어찌 되었든 말을 먼저 시작해야 한다. 말을 하다 보면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찾아갈 수 있다.

길을 걷다가 내 목소리와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긴 파일에 수많은 사람들이 담겨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재생 버튼만 누르면 우리가 말을 하고 이어지고 다음 목소리가 재생된다. 내 목소리가 들린다. 당연하게도.


아주 어릴 적 기억. 어렸을 때는 목소리가 작은 것이 약점처럼 느껴졌다. 늘 한 번 더 묻고 나는 조금 더 크게 이야기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강단에서 마이크를 들고 질문을 할 때, 물어볼 때 대답할 때 나는 목소리가 작으니 한 번 더 말해달라는 약간 답답한 말을 들었다. 미약한 목소리는 혼잣말이 되기도 하고 그 혼잣말은 결국 내가 들어서 작게 진동한 목소리가 책처럼, 텍스트처럼 다시 내게 물음표가 되어서 되묻곤 했다. 너 이렇게 생각했니?

나는 목소리가 크지 않아서, 나와 가까운 사람들만 듣게끔 말할 수 있다.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은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골똘히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내 표정을 읽으며 반응하기도 하고 약간은 답답하고 인내하는 과정을 견디며 나와 가까워진다.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지나갔던 시간을 길어 올려 상대가 듣게끔, 알아듣게끔 목소리를 내는 것

때론 알아들었으면 하고 때론 흘려보냈으면 하고. 흐르는 것이 목소리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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