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비타민과 꼬마손님

"도망가야해!!"

by 알약중강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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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한창 정신없던 2022년 봄, 약국에 아이 어머니와 꼬마 손님이 찾아오셨다.






우리 약국위에는 5개의 병원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동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소아과였다.


당시 소아과 원장님께 진료를 받기 위해 , 멀리 타지역에서 까지 오셔서 2시간이 넘는 대기도 마다하지 않는 그런 소아과였고, 때문에 약국에서는 쉴새없이 가루약과 시럽 조제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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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투약담당이였지만, 가끔가다 조제실에서 근무하는 날이면 매일 수백번도 넘게 청소했던 애증의 가루약분배기..)






그 날은 월요일이였다. 약국에 있는 약사님들께 "일주일 중에 가장 바쁜 날이 언제에요?" 하고 질문하신다면 거의 97% 정도는 "월요일이요!" 하고 말씀하실 것이다. 문전약국은 일요일에 병원이 쉬기때문에 더더욱 그렇고 로컬약국조차도 월요일의 폭풍은 피해갈 수 없다. (서울대학교병원, 아산병원 등 큰 규모의 종합병원 앞의 약국을 문전약국 이라고 하고, 동네 병의원의 근처에 있는 약국을 로컬약국 이라고 부른다)






당시에 나는 투약과 일반약판매 담당으로, 그날도 역시나 카운터 쪽에서 열심히 복약지도를 하는 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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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느낌으로 투약구가 바로 보이는 곳에 주로 자리를 잡았다)




소아과 처방이 나갈때에는, 자그마한 투약병 2개와 아이가 쓴 약을 먹고 나서 입을 달랠 수 있도록 키즈비타민을 약봉투안에 함께 넣어준다. (투약병도 할 이야기가 참 많은데 이건 나중에 또 글로 써보도록 하겠다. 하루에 1000개씩 투약병 뚜껑을 조립하다 보면 손목이 남아나질 않았다)



이렇게 생긴 시럽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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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뽀로로비타민 이나 핑크퐁비타민 을 2~3개씩 약봉투에 넣어준다




아이들이 아픈 와중에도 용감하게 소아과에 다녀오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당시 나는 약 봉투에 넣어주는 비타민 외에도, 아이들이 카운터 쪽으로 오면 "비타민 더줄게요~" 하면서 뽀로로비타민이나 핑크퐁 비타민을 3~4개씩 더 아이들 손에 쥐어주곤 하였다. "고맙습니다~" 하며 배꼽인사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피로가 조금이나마 풀리는 기분이였었다.






"oo이 약 나왔습니다~" 하고 꼬마손님을 불렀을 때, 아이 어머니께서 아이를 데리고 약을 타러 오셨다.



"이 흰색 항생제 시럽은 꼭 냉장보관 해주시고요~ 아침 저녁으로 5ml 씩 주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전부 상온약이에요. 가루약 안에는 콧물코막힘, 목 안쪽의 염증빼주는 약이랑 약이 쓸까봐 유산균도 같이 들어갔습니다. 이 빨간시럽도 콧물코막힘 잡아주는 시럽인데, 하루에 세번, 7ml씩 가루약이랑 섞어서 주시면 됩니다. 정리해드리면 점심은 요 빨간시럽이랑 가루약만 주시고요, 아침 저녁으로는 모든 약을 다 주시면 됩니다. 약은 식전 식후 상관없이 다 섞어서 주셔도 괜찮습니다. 이 빨간시럽이 조금 졸릴 수 있으세요" 하며 복약지도를 마친 후, 옆에 서있는 아이가 예뻐서 뽀로로비타민을 3~4개정도 집어서 아이한테 전해주었다.



아이가 비타민을 손에 들고 머뭇머뭇거리자, 아이 어머니께서는 "oo이 어른들이 먹을거 주시면 엄마가 어떻게 해야한다고 했어요~?" 하며 아이에게 질문을 하셨고, 아이는 잠깐 망설이더니 "먹을거주면.. 도망가야해!!" 하며 비타민을 카운터 위에 놓고 문쪽으로 뒷걸음질 치며 달려나갔다.

(도망가야해!!)






그 모습을 지켜본 나와 근무약사 형, 실장님은 연신 웃음을 터뜨렸고, 아이 어머니께서는 "죄송합니다 아휴 죄송합니다" 하시며 뛰어나가는 아이를 다시 데려오셨다.






아이 어머니께서 "그건 모르는 어른들이 줄 때 도망가야 하는거고, 지금은 엄마랑 같이있고 엄마가 아는 약사님이니까 oo이가 감사합니다~ 하고 받으면 되는거에요~ " 하시자 꼬마손님은 "감사합니다~" 하며 비타민을 다시 주머니 속에 넣었고, 기다리시던 다른 손님들도 "아이가 참 똑똑하다" 하시면서, 자식교육을 너무 잘 시켰다고 아이어머니를 칭찬해 주셨다.


정말정말 눈코뜰새없이 바쁜 월요일이였지만, 이렇게 귀엽고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있어서 약국일을 힘차게 할 수 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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