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먼지 같아. 서

by 준준

멋진 해커. 가 되겠다던 친구도. 순수미술 하던 동료 마저. 생활고를 이겨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주변이 하나둘씩 하늘로 가고. 서로 힘내자고. 잘 될 거라고. 격려해 주던 문자메시지가 여전히 남아. 하루는 몇 시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우리는 성공하겠단. 같은 꿈을 가졌었고. 어쩌면 한 공간에. 틀어박혀서 지내야 하는 운명들이. 제각기 보내던 시간이. 지옥이었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추상 작가로. 그림이 판매되지 않으면. 비싼 대관료와 미술재료비만 소비될 뿐. 주머니 사정 좋지 않은 것은. 우리 서로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안부 인사는 늘. 식사를 했냐. 는 질문으로 시작하곤 했다. 살며 알고 있는 인사 중. 정말 멋진 인사였다. 더는 없는 번호에. 더는 없는 대답. 에 먼 산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감정을 비틀어댈 뿐이다. 요즘 정말 힘들다. 유명하지 않으면 알아주지도 않을뿐더러. 고작 사진 한두 장 찍힐. 병풍에 그치는 수준이다. 모든 감정 다 쏟아. 열심히 창작하지만. 과정을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그림을 보곤. 그저 그런 그림인 줄 안다는 게 문제다. 평가 당하는 것도 싫고. 전시가 다 끝나가는데. 누가 전시하는지. 공개도 안 하는 전시공간도 있었다. 한 번은 지하철에서 그림을 발로 걷어차는 아픈 사람 때문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우는 것 말곤 할 수 없는 일도. 그래서 위약금 때문에 말 못 할 사정도. 이브에. 크리스마스에. 눈이 온다고. 모두가 행복해할 때. 홀로 입김이 흩어지는 작업실에 앉아 붓질만 했다.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주변도 친구라는 가면을 쓰고. 월급날이 아니라며. 식사에 커피까지 얻어먹으려 기를 쓴다. 인간관계 참 부질없다고 자각하게 되고. 찰나는 참으로 짧고. 하고 싶은 것도. 갈 길도 멀지만. 작은 먼지에 지나지 않아 바람을 일으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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