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가 좋아.
엄마가 보고 싶은 날이면. 고개를 아래로 향하게 두고. 신발을 자주 쳐다보곤 했다. 유일한 물건이었다. 밑창이 다 갈린 신발. 을 사계절 신었다. 아무도 관심 없겠지만. 꿈은 해파리였다. 여전히 어두운 밤바다. 를 좋아한다. 장래희망은 고민할 것도 없이. 알파벳 엑스를 적었다. 하루는 너무 우울해서. 친구 하자. 고백했다. 가 차였다. 후로는 책상 틈이 벌어져. 이 중간에 보이지 않는 벽이. 나는 참으로 계면쩍은 상황이었다. 물론 내가 이렇게 만들긴 했지만. 날 그렇게 싫어할 줄은 몰랐다. 그냥 하지 말걸. 그랬다면. 책상 두 개가 분리되어 있진 않았을 텐데. 맞닿아 있을 때가 좋았는데. 같은 생각을 했다.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이라 여긴 걸까.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아닌가. 감정적 상처로부터 보호하는 심리에서 그랬나. 개인 방어기제를 어떤 경우로. 받아들여 거부했는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이로 물어뜯고. 결국 피가 나고. 먼 산 바라보기를 여러 번. 근데 나 왜 싫어? “어? 몰라. 그냥 싫어..” 내게 짜증을 냈다. 대화 없는 냉전은 계속되었다. 2주에 한 번씩. 뽑기를 통해 자리 배치를 새로 하는데.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때도 옆자리면. 다시 고백하려고. 운명일 수도 있으니까. 난 그 아이가 좋았다. 아토피. 아토피 피부. 긁고 긁어서 붉어진 살. 굳은 피. 아토피 특유의 톡 쏘는 향기. 가지런한 이에 끼워진 교정기. 큰 키. 전부 좋았다. 자리 배치가 있던 날. 지영이는 맨 뒷자리 고정이었다. 선생님이 창가 쪽 맨 뒤로 지정해 준 것은. 아이들이 전부 아토피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야 아토피 냄새나. 식초 냄새난다고.. 아. 이번에 잘 뽑아야 돼” 항상 옆자리를 꺼려 했다. 어깨엔 늘 하얀 가루가 여기저기 쌓여있었다. 손등부터. 팔. 목. 다리. 얼굴. 각질이 안 일어난 곳이 없고. 과자도 먹지 않았으며. 점심시간에 식판을 들고도. 앞으로 가지 않고. 친구들 배식이 끝난 후. 천천히 홀로 배식을 받아. 구석에서 혼자 먹는 것도 봤다. 야 밥 같이 먹자. “싫어. 가.. 가라고..” 나는 밥 같이 먹고 싶어. “싫다니까..” 알겠어. 갈게. 이거만 먹고. 어거지로 앉아서 겸상하려 하자. 박차고 가버렸다. 나는 생각했다. 마니또를 해야겠다. 고 아이들이 없는 이른 시간에 등교를 하거나. 체육 시간. 음악 시간. 교실이 텅 비어있을 때. 마다 지영이 사물함에 공책 찢은 편지를 남겼다. “안녕. 나는 너의 마니또야. 너에게 궁금한 게 많아서 편지를 하게 되었어. 이거 보면 답장을 네 사물함에 남겨줄 수 있어? 애들한테는 안 들키게 보고. 다시 여기 안에 답장해 줄게. 어때” 단호하게. 응 그래. 라는 찢어진 공책에 답이 적혀있었다. 그 후로도 계속 공책을 찢어 편지를 남겼다. 나는 교실이 비어지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지영이도 틈만 나면 사물함을 열어보고 닫았다. 나중엔 나라는 걸 밝혔다. 그래서 가까워졌다. 지영이를 위해 배식을 지영이보다 일부로 늦게 받아. 같이 먹고. 어깨에 가루가 앉을 때마다 아이들 몰래 가서 털어주거나. 오늘은 기분이 어떠냐. 는 편지를 남기며. 자리 배치가 있던 날엔 스스로 지영이 옆에 앉겠다고 손을 번쩍 들었다. 학기가 끝날 때까지 외롭지 않도록 힘썼다. 한 해가 지나고. 나는 1반. 지영이는 5반. 반이 달라졌다. 5반 담임을 찾아가. 지영이 꼭 좀 잘 부탁한다고. 선생님 테이블에 삐뚤삐뚤 틀어진 글씨로. 공책 찢은 편지를 또 남겼던 기억이. 공책이 나중에는 다 찢어져서. 공책 앞뒤로 표지만 남아 참 웃겼다. 잘 지내나 몰라
마니또 - 비밀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