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사에서 독립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일까?
어차피 회사에서 평생 일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입사한 해부터 6년만 다니고 홀로서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우리 팀이 제대로 자리 잡을 때까지만 열심히 달려볼 것이다. 하지만 어느덧 1년 밖에 남지 않았다.
문제는 아직까지도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보아도 이번 연휴가 기회인 것 같았다. 어딘가에 틀어 박혀서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조미료가 없어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듯이, 새로운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내 욕망을 또렷이 읽어 내야만 했다. 그래서 가장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뜻의 명상법, 위빠사나였다.
호두마을은 위빠사나 명상 수행처다. 주변에 편의점 하나 없는 외곽에 있다. 이 곳에서 일주일 동안 자는 시간과 먹는 시간 외에는 명상만 할 예정이었다. 서울 생활에 비해서 단순했다.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긴 했지만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하는 법. 어차피 매일 10시간씩 근무하고 있는데, 이 시간과 강도를 다른 데 쏟아 부으면 어떻게 될 지 궁금하기도 했다.
새벽 5시 명상에 가지 못했지만, 아무도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호두마을이 추천하는 수련 일정이 있었지만, 따르냐 마느냐는 순전히 자율이었다. 보아하니 옆방 사람도 자는 중이었다. 나만 지키지 않은 게 아니라는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자고 싶을 때까지 잤다. 일어나니 공양 시간이 되었다. 우선 배부터 채운 다음, 12시 수련에 갔다. 그런데 현장에는 1명뿐이었다. 어젯밤 인사 나누었던 스물 몇 명의 사람들은 다 어디에 갔단 말인가.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핑계가 생겼다.
이튿날에도 새벽에 일어나지 못했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망쳐 버렸다는 생각에 수련 의욕이 아예 시들해 졌다. 10시간 중에서 겨우 3시간만 수련했다. 심지어 마지막 수련이 끝나고 방에 돌아와서 숏츠를 보며 시간을 낭비했다. 다른 위빠사나 명상 센터는 전자기기를 압수한단다. 호두 마을은 이 또한 자율이다. 나는 수련에 몰입하지 못했을 뿐더러, 가장 방해가 되는 존재도 끊지 못했다.
위빠사나 명상은 내 마음대로 시간을 쓸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더 게을리 살았다. 기상과 수련 시간에 맞춰 움직인 적이 없었다. 나에게 24시간이 온전히 주어진다 해도 오늘처럼 시간을 흘려 보낼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하는 독립은 스스로에게 동료이자 상사가 되는 과정이다. 혼자 일정을 짜고, 혼자 나아가고, 혼자 품질을 끌어올리는 것. 그런데 24시간조차 내 뜻대로 쓰지 못했다. 어쩌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자유가 아니라, 나를 다루는 법일지도 모른다. 가장 자유롭고 싶어서 떠나온 호두마을에서 가장 통제가 필요했던 것처럼.
나는 과연 나의 상사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