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지 않는 전환의 기록

돌아가지 않기로 한 이후의 시간

by 이백

요즘 나는
내가 어디에 서 있는 사람인지
조금씩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이 글은 해답을 정리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지금의 상태를 기록하기 위해 쓴다.


나는 원래
의미가 중요한 사람이었다.
왜 태어났는지,
왜 사는지,
이런 질문을 머리보다 감각으로 먼저 받아들이는 쪽에 가까웠다.


어릴 때는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커서는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지금은
그냥 나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최근에 나는
내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했고
목소리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기로 했고
설명보다는
느낌이 남는 방식을 택했다.


이 선택은
대단한 결심이라기보다는
지금의 나에게 가장 무리가 없는 선택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설렘도 있었다.
‘어쩌면 이번엔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였다.


그런데 동시에
이상하게 겁이 났다.


변화가 기대될수록
혹시 이 방향이 위험한 건 아닐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곳으로 가는 건 아닐지
그런 생각이 함께 올라왔다.


그래서 나는
이 상태를 이렇게 부르고 있다.


전환공포.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마음이 먼저 움츠러드는 상태.


그래도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걸 알아차리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결론을 내리려는 사람이 아니다.
잘 될지, 안 될지
확신하려는 단계도 아니다.


다만
이 전환의 한가운데에서
도망치지 않고
기록해 보려는 중이다.


이 글은
정답을 말하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나도 저런 상태였던 적이 있다”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지금의 나는
전환 중에 있다.





이 기록은 계속됩니다.

다음 이야기도 같은 자리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