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먼저 배운 포기

울지 않는 법을 먼저 배웠다

by 이백

나는 순한 아기였다고 한다.

잘 울지 않았고

손이 많이 안 갔다고.


모유든 분유든

하루 세 번.

사람 밥 먹는 시간처럼.


그 말을 들었을 때

이상하게 기분이 남았다.


아기는

배고파도 울고

젖어도 울고

불편해도 운다는데


나는

왜 안 울었을까.


처음엔 울었을지도 모른다.

몇 번은 보냈을지도 모른다.


근데

안 바뀌었을 수도 있다.


아기는 말을 못 하니까

울음이 전부인데


그게 안 닿으면

방법이 없다.


그래서

조용해졌을지도 모른다.


이건 기억이 아니다.

근데

몸이 안다.


나는

힘들다는 말을 잘 못 했다.

괜찮다는 말을 먼저 했다.

도움은 늦었고

혼자 버티는 게 기본이었다.


누가 시킨 적은 없다.

그냥 그게 편했다.


기대 안 하면 덜 힘들고

원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고

말 안 하면 상처도 덜 났다.


포기는

내 성격이 아니었다.


습관이었다.


아주 오래된.


울어도 안 바뀔 수 있다는 감각.

기대하면 내가 더 힘들 수 있다는 감각.


그래서

나는

원하기 전에 접는 사람이 됐다.


지금의 나는

그 애를 나무라지 않는다.


안 울어서 착했던 게 아니라

울어도 안 닿을까 봐

가만해졌을 수도 있으니까.


나는 이제

조금 늦게 포기해보려 한다.


바로 접지 않고

한 번 더 있어 보고

조금 더 느껴보고

조금 더 버텨본다.


말보다 먼저 배운 게 포기라면

이제는

말 뒤에 오는 걸

천천히 배우는 중이다.




이 기록은 계속됩니다

다음 이야기도 같은 자리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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