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이가 되기로 한 날

엄마를 붙잡는 대신, 나를 내려놓았던 일곱 살

by 이백


유난히 날씨가 좋은 날이었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셔서, 어린 마음에도 괜히 들뜨던 그런 날.
오빠와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놀다 들어온 집 안의 공기는 바깥과 전혀 달랐다.

외출복에 가방을 메고 서 있던 엄마.
내 일곱 살 인생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 낯설고, 서늘한 얼굴.
나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내 세상 어딘가에 금이 가고 있다는 걸.

“아빠랑 잘 살아. 엄마는 갈 거야.”

그 한마디에 내 우주가 무너져 내렸다.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나의 전부인 사람이, 나를 두고 떠나려 한다는 사실만이 공포가 되어 나를 집어삼켰다.

“어디 가는데? 왜? 내가 잘못했어?
엄마, 내가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요. 가지 마세요.”

내 울음은 허공으로 흩어졌고, 엄마는 대답 대신 문을 열고 나갔다.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한 채 오빠와 나는 뒤쫓아 나갔다.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내 작은 손은 매몰차게 뿌리쳐졌다.
점점 멀어지는 엄마의 뒷모습.
골목길 끝으로 그 모습이 사라질 때, 내 심장 어딘가도 함께 떨어져 나간 것 같았다.

덩그러니 남겨진 집.
오빠와 나는 울다 지쳐 잠들고, 다시 깨서 울기를 반복했다.
어떡하지, 진짜 안 돌아오면 어떡하지.
내가 밥을 남겨서일까, 말을 안 들어서일까.
일곱 살 아이의 머릿속은 자책으로 가득 찼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였다. 엄마가 돌아왔다.

안도감에 엉엉 울며 안길 법도 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얼어붙었다.
여기서 내가 울면, 투정을 부리면,
간신히 돌아온 엄마가 다시 나가버릴 것 같았다.

나는 내 진짜 마음을 꾹 눌러 담았고,
그 작은 머리로 엄마가 가장 듣고 싶어 할 말을 골라냈다.

“엄마, 내가 말 잘 들을게요. 착한 딸이 될게요.”

그날 밤 아빠가 돌아왔을 때도 나는 입을 다물었다.
낮에 있었던 일을 말로 꺼내는 순간, 무서운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이 팽팽한 평화가 깨질까 봐, 우리 가족이 정말 끝날까 봐 두려웠다.

그날 나는 알게 되었다.
사랑은 가만히 있어도 주어지는 게 아니라
지켜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나는 내 존재감을 줄이고
거역하지 않는 아이가 되기로 했다.

그때 내 나이, 고작 일곱 살.
나는 엄마를 붙잡는 대신
나 자신을 내려놓았다.

지금의 나는 안다.
그 아이는 나약했던 게 아니다.
그 아이는 가족을 지키려 했던 아이였다.

그리고 그 아이 덕분에, 나는 여기까지 살아왔다.



이기록은 계속됩니다.

다음 이야기도 같은 자리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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