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사라지는 연습을 했다.

도망도 반항도 아니었던 선택

by 이백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이 찾아오면
마음속에서 같은 말이 떠오르곤 했다.

여기서 멈출까. 이제 그만할까.

그 생각이 처음 스친 건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 일곱 살 무렵이었다.

학원에서 돌아온 집은 어두웠고
엄마는 없었다.
방 안은 조용했다.

며칠 전 사둔 후레쉬베리가 생각났다.
허락받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한 봉지를 뜯어먹었다.

달고 시고 맛있었다.
그리고 바로 무서워졌다.

엄마가 알면 어떡하지.
혼나면 어떡하지.

그 두려움은 단순히 혼날까 봐 무서운 마음과는 조금 달랐다.
몸이 먼저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부엌으로 가서 식칼을 들고 방으로 돌아왔다.
손에 쥐었을 때 묵직했고
끝은 차갑고 단단했다.

잠시 들고 있다가
나는 그것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얼마 뒤 엄마가 돌아왔고
왜 그게 방에 있냐고 물었다.

나는 말했다.
“과자 봉지 뜯으려고…”

그날 나는 울지도 않았고
혼나지도 않았다.

다만
아주 작은 일에도
나는 사라지는 상상을 할 수 있는 아이였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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