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의 나는 도망친 게 아니라 멈춰서 살아남았다
그날의 공기는 유난히 서늘했다.
지금도 떠올리면 살갗 어딘가가 먼저 기억한다.
특히 잊히지 않는 건, 엄마의 목소리다. 낮고 가늘게 떨리던 그 음성.
어린 나는 그 소리만으로도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무렵 우리 집은 작은 방이 딸린 식당이었다.
낮에는 밥 짓는 냄새와 사람들로 북적였고, 나는 그 틈을 뛰어다니는 아이였다.
공사장에서 일하던 어른들은 나를 보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어주곤 했다.
그때는 몰랐다. 낮의 활기 속에 밤의 그림자가 숨어 있을 줄은.
문제의 그날 밤, 아빠는 집에 없었다.
식당 문 닫을 시간이 지났는데도 술 취한 손님 둘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엄마는 불안한 얼굴로 방으로 들어오더니 장롱 문을 열었다.
나는 이불을 꺼내 나를 재우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엄마는 이불 한 채를 품에 안더니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얼른 자. 무슨 일이 있어도 방 밖으로 나오면 안 돼. 알았지?”
그 말은 명령이라기보다 부탁에 가까웠다.
엄마는 방문을 닫고 홀로 나갔다.
나는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들려올지 모르는 소리를 막으려 애썼다.
심장은 귀 안에서 뛰는 것처럼 요동쳤다.
무서웠다. 하지만 나가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엄마의 말이 그날 밤 내가 붙들 수 있는 유일한 안전선이었다.
그리고 나는 잠이 들었다.
오랫동안 나는 그 사실이 싫었다.
엄마는 밖에서 무서운 시간을 버티고 있었을 텐데,
나는 이불속에서 잠들어버렸다는 생각.
깨어 있었어야 했는데, 엄마를 지켰어야 했는데.
그 죄책감이 나를 오래 붙잡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그건 배신이 아니었다.
공포가 너무 커서, 어린 몸이 더는 감당하지 못해 멈춰버린 것이었다.
그건 도망이 아니라, 신경계가 나를 살리기 위해 내린 선택이었다.
다음 날 식당은 부서진 물건들과 고함, 울음으로 가득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무언가 크게 어긋났다는 걸 알았지만
나는 그저 작은 아이였고,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날 이후 나는 알게 되었다.
위험한 순간에 나는 움직이지 못하고 얼어붙는 사람이라는 것을.
오랫동안 나는 그걸 나의 나약함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밤,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아이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으로 살아남고 있던 아이였다.
그건 나약함이 아니라, 몸이 나를 살린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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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젊은달와이파크, 직접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