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낮 10시에 온 전화
남편이 하룻밤 동안 연락되지 않았다. 신체 일부처럼 스마트폰을 여기는 사람에겐 있을 수 없는 일. 자다 깨다 반복하다가 토요일 아침 112로 위치 추적을 의뢰했다. 이런 의뢰가 많은지 112 상담사는 정해진 듯한 질문을 쏟아냈다. 띄엄띄엄 대답을 마치고 몇 분 뒤 집으로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의 대처는 체계적이고 빨랐다. 이 상황에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셔요. 별일 없을 거예요."
한 경찰관의 말에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날과 다름없이 아이들 밥을 먹이고 일과를 챙겼다. 그리고 두어 시간 뒤 전화가 왔다.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
이런 전화를 받기에 부적절한 날이었다. 둘째는 고대하던 성우학원에 첫 참석하는 날이었고, 날씨는 화창했으며 벚꽃은 절정을 이룬 날. 그런 날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남편이 있는 곳엔 이미 경찰들이 많이 모여있다. 사고장소를 정리하고 사진을 찍는다. 그 모습을 보고도 도무지 내일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안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경찰은 집으로 가 있으라고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남편의 얼굴을 볼 자신도, 집에 들어가 아이들 얼굴 볼 자신도 없다.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물끄러미 사고수습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제 옮길 거예요. 경찰서로 지금 같이 가시죠."
난생처음 경찰차에 오른다. 4월 첫째 날 한낮 벚꽃 명소 속 인파를 뚫고 경찰차가 움직인다. 이렇게 밝은 날, 이렇게 좋은 날, 왜? 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