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두바퀴, 11.51km | 1:10:37 | 6'08"/km
아침에 조깅을 하고 집에 와서 씻고 밥 먹고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를 발견하고 멘붕이 되었다. 집 열쇠가 보이지 않았다. 항상 열쇠를 놔두는 수납장 위를 아무리 찾아봐도 열쇠가 보이지 않았다. 가끔 첫번째 서랍 안에 넣어둘 때가 있어서 열어보니 그곳에도 없었다. 혹시나 해서 두번째 서랍을 열어보니 그곳에도 없었다. 집 현관 열쇠와 우편함 열쇠가 묶어져 있는 고리인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집안 구석 구석을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다른 일이 전혀 손에 안잡혀서 계속 찾아보았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혹시나 아침에 조깅하면서 콧물을 닦으려고 잠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다가 열쇠를 떨어트렸나 하는 생각에 잠깐 고민하다가 다시 옷을 갈아입고 아침에 조깅했던 길을 열심히 살피면서 다시 달렸다. 내가 중간에 콧물을 닦았던 위치를 생각하면서 땅만 보면서 달렸다. 달리는 내내 다른 생각은 일절 없었다. 오직 한 가지, 잃어버린 열쇠가 햇빛에 반사되어서 보이기만을 기대하며 달렸다. 집에 거의 다 왔지만, 길에는 내가 잃어버린 열쇠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 누군가 발견하고 자기 집 열쇠라고 생각해서 가지고 갔나?
혼자 이런 저런 소설을 쓰면서 달리다가 집에 들어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았지만, 결국 잃어버린 열쇠를 찾지 못했다. 현관문 열쇠는 다른 열쇠를 복사하면 되지만, 우편함 열쇠는 열쇠 수리업자를 불러서 열쇠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했다. 집에 도착해서 아침에 못했던 일을 하려고 책상에 앉아 있는데 아내가 나를 불렀다.
여보 혹시 이거야?
내가 잃어버린 열쇠, 오전에 한참 동안 집안 구석구석 찾다가 못 찾아서 조깅했던 길을 땅만 보면서 다시 달리면서 찾았던 그 열쇠를 아내가 들고 서 있었다. 어디서 찾았는지 물어보았더니 열쇠 놔두는 수납장의 세번째!!! 서랍에서 찾았다고 했다.
그게 거기에 왜 있었지?
사실 이런 질문은 중요하지 않다. 열쇠를 찾은 것이 더 중요하다. 가끔 서랍이 열려 있을 때가 있는데(우리 가족 중에서 누군가 서랍을 열고 닫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식구가 많으면 이런 일은 다반사이다.) 누군가 지나가면서 그 열쇠를 잘못 건드려서 세번째 서랍에 골인했던 것 같다. (이것도 그냥 아내와 내가 유추한 소설이다..ㅎㅎ)
아침에 열쇠를 잃어버리고 다시 찾느라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그리고 다시는 열쇠를 잃어버리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열쇠 고리를 정비하며 자동차 키와 연결하는 고리를 달았다. 문득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소를 잃어버리고 외양간을 고치면 뒤늦은 후회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소를 잃어버린 후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그때라도 정신을 차리고 외양간을 고치며 주변을 살핀다면 더 큰 손해를 막을 수 있다. 박명수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진짜 늦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때라도 정신을 차리고 할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 시행 착오를 겪고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으면, 그때라도 무언가를 배우고 달라져야 한다.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면 너무 속상하다.
오늘 아침에 열쇠 잃어버린 소동 때문에 덕분에 3월 달리기 마일리지를 늘릴 수 있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