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세동 Jun 27. 2023

경찰서 아이들 I

차세동 외전

3일 동안, 경찰서에서 연계하는 범법 청소년들의 교육을 담당했다.
그들과 함께했던 72시간의 기록이다.

때는 3월이었던가.

3월의 나는 사전답사로 한창 바쁜 시기를 보낸다.

전주의 한 중학교 사전답사를 방문하기 전,

전주의 한옥마을에서 혼자 경치와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가벼운 발걸음, 4월을 부르는 따스한 날씨.

이어폰 너머 들려오는 좋아하는 음악까지.

-

방심하지 말 것.

좋아하는 음악은 곧 전화 벨소리로 바뀌었다.

경기도 소재의 한 청소년기관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어디 어디~ 누구누구~...'

경찰서에서 연계하는 범법청소년, 3일간의 교육을 의뢰받았다.

잠깐 고민했으나, 나는 곧 수업을 준비했다.

위기 청소년과 범법 청소년들을 충분히 만나왔기 때문이었다.


범법청소년에 대한 일반의 시선을 잘 알고 있다.

항상 뜨거운 감자가 되는 '소년법'

그리고 갈수록 대담해지고 정도가 심해지는 '소년범죄'

지역사회의 위기청소년, 종종 범법 청소년들을 상담하고 그들을 교육하는 입장에서

나 또한 머리가 복잡한 사안이다.

무조건적인 옹호도 무조건적인 비판도 할 수 없다.

'현상은 분명하지만 원인이 복합적이고 불투명해서 더 심도 깊은 고찰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3일 동안 어떤 수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매일 아침과 밤 나에게 두통을 전했다.

'그들이 범법자라는 변하지 않는 사실'

'아직 미숙할지 모르는 나이, 또는 표면으로 알 수 없을 그들만의 사정'

'그들이 선택한 적 없는 그들이 경험했을지 모를 또 다른 고통'

'범법청소년들에 대한 일반의 시선'

이것저것이 얽히고설켜 나의 고민의 능선을 타고 오르다 보면

어느새 나는 無의 상태로 돌아갔다.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내가 할 수 있을까요? 

-

그렇게 세 달이 흘렀다.

범법 청소년들을 만나는 그날이 다가왔다.



사전에 받은 리스트 속 아이들은 각각의 이유를 지녔다.

상습 흡연부터 절도와 방화까지. 가지각색이다.

모두 범죄와 잘못으로 집합되지만 나름의 경중이 존재했다.

서로는 서로의 출석 이유를 모른 채 모이겠지.

그들이 공간에서 만들어낼 역학을 노련하게 다루겠노라 다짐했다.

그렇게 첫째 날을 맞이했다.


첫날.

나는 신중하게 고른 플레이리스트로 교실공간을 가득 채웠다.

나의 이미지와 수업의 방향성.

그들의 특성과 첫 만남에 지참할 낯선 긴장감.

누군가는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려 들 테고.

누군가는 자신의 존재감을 지우려 들 테지.

머리부터 발 끝, 양말까지.

나의 감수성이 닿는 모든 감각, 모든 생각덩어리를 반영한 나의 옷차림.

목소리의 크기부터 말투, 사용하는 단어까지.

나는 안 그런 척.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나의 1분, 1초를 만들었다.


교사 연수와 비슷한 모습이 연출되기 시작한다.

선생님들도 꼭 맨 뒷자리에 무엇인가 숨겨져 있는 것 마냥

뒷자리부터 사수하고는 한다.

이 친구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가장 먼저 온 친구는 어색한 웃음으로 긴장감을 지우려 애썼다.

맨 뒷자리에 앉아 핸드폰에서 쏟아지는 정보로 쿵쾅거리는 심장을 잠재우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곧이어 또 다른 친구가 도착했다.

역시나 맨 뒷자리를 채웠다.

잘못으로 오게 된 이런 자리 따위 별 감흥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어 들어온 또 다른 친구는 긴장감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직전까지도 경찰서에서 많이 혼이난 듯하다.

죄의식으로 가득 찬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앉아 우울에 잠겨있었다.


그렇게 범법 청소년들이 교실의 각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절반정도는 늦는다.


온 몸짓과 모든 표정으로 자신의 분노와 위력을 과시하는 친구도 있었다.

나도 이 필드에 오래 있다 보니 사실 이런 모습이 이제는 좀 귀엽다.

그렇다고 마냥 오구오구 해주는 스타일은 아닌 나이기에,

이 친구와는 몇 시간 기싸움이 벌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초점이 날아간 눈동자.

모자를 푹 눌러쓰고 관심을 기다리는 것인지. 무관심을 바라는 것인지.

스스로 고민에 잠겨있는 모습.

다양한 모습들이 교실에 자리했다.


그렇게 그들과의 3일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북 발간 후기와 계획, 그리고 감사인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