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B] vol. 7

– remember 0416

by 나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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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의 원류, 근본 같은 존재가 있습니다. 김훈 작가가 제게 그렇습니다. 그의 ‘칼의 노래’를 읽었을 때 느낀 감동을 잊지 못합니다. 글 한 줄, 문단 하나로 아득한 섬으로 데려갈 수도 있구나….하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김훈 작가의 글을 읽지 않기도 했습니다. 김훈의 글은 중독성이 있어서 정서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그 핍진한 글쓰기가 내 삶을 건조하게 만드는 것 같아 피하고 또 피했습니다. 그러다 이제 김훈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던 어느날 ‘연필로 쓰기’ 라는 김훈 산문집을 시작했습니다.


12866_1585577303.jpg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온라인 서점)

Book

참사 이후 단원고등학교는 교장 이하 교사 대부분을 교체했고, 교실의 책상, 걸상, 칠판, 화장실, 출입문을 바꾸었고, 학교 오른쪽 야산을 깎아서 5층짜리 체육관을 새로 지었다. 교사들은 이제 그날의 참사를 입에 담지 않는다.


교문 옆 편의점은 그때 그대로 있다. 등하교시간마다 남녀 학생들이 몰려서 아이스크림, 떡볶이, 우유, 초콜릿을 사먹는다. 여학생들의 빨간 입술도 그때와 같다. 친한 아이들끼리는 립스틱 색깔도 같은데, 아마도 한 아이의 것을 함께 바르는 듯싶다. 여학생들은 짙은색을 좋아한다. 립스틱은 거의가 쇼킹핑크나 크림슨레드다. 재잘거리며 떡볶이를 먹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그날의 참사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생명은 저렇게 아름답구나, 사람의 아들딸들은 저렇게 어여쁘구나, 라는 문장이 떠올라서 급히 메모했다.


- 연필로 쓰기, 252p (김훈 작)


Bee

김훈 작가가 제 글의 원류라면, 세월호는 2014년 이후 제 근간을 이루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날 이후 모든 걸 세월호라는 렌즈를 통해 보게 되었습니다. 생명보다 소중한 건 없다. 일도, 돈도, 욕심도, 꿈도 생명이 있어야 의미를 갖는다. 그 생명을 지키는 나라, 구조, 회사, 단체, 관계를 지향해야 한다. 하루라도 더 단호하게 생명 위주로 살아야 한다. 다짐했습니다. 또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 규명과 유가족들에 대한 충분한 위로가 국가적으로 병행 되어야 함을 항상 생각했습니다. 미약하게나마 연대할 수 있는 부분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세월호는 인생의 푯대가 되었습니다.


모든 생명은 아름답습니다. 그 아름다움을 깨고, 존재의 근원을 파괴하는 일이 더 이상 반복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4월을 하루 앞둔 3월의 마지막 날. 다시 무거운 마음으로 4월 16일을 맞이합니다.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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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2014년 이후로 벌써 세월호 7주기입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4월 16일 그날을 아무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몇 년이 지나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기억만이 우리가 최후의 최후까지 함께할 수 있는 유일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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