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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성훈 Jun 28. 2020

[letter.B] vol. 32

[letter.B] vol. 32 - 자본주의 = 공급과잉


Book                 

자본주의의 특성은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상태'다. 다른 말로는 공급과잉. 초과공급이라고도 한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상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 오늘날의 백화점과 대형 마트를 생각하면 된다. 이곳에 가면 수많은 물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팔기위해 내놓은 물품들은 언제나 넘쳐난다. 소비자가 물품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오죽하면 대중매체에 광고까지 해서 제발 우리 제품 좀 사달라고 끊임없이 유혹하고 설득하려 하겠는가. 자본주의 사회는 언제나 공급과잉의 상태에 놓인다. 공급과잉의 상태는 무엇인가 비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가장 일반적이고 본질적인 상태다.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권, 87p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온라인 서점

일요일입니다. 그동안 노트북이 고장나 작업을 못했습니다. 오늘 고칠 수 있게 되어 다시 letter.B 메일을 시작합니다. 시작은 가열차게 했는데 생각보다 자주 못 보내서 민망한 나날입니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나는 왜 했는지 후회하기도 합니다. 차라리 블로그를 할까 고민도 하지만 이메일로 전하는 메시지와 이메일로부터 시작하는 수 많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생각하면 당분간 이 방법을 고수하려 합니다. 잘 보내다 갑자기 왜 안 오나 기다리셨을지 모를 구독자님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며 다시 시작합니다. 


책을 읽어 좋은 이유는 그 사람의 사고 체계가 깊고 넓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르던 세계가 보이고, 침묵하던 입이 열립니다. 우리는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더이상 갇혀 있을 수 없는 큰 시야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그런 면에서 딱 맞는 책입니다. 알기 어려운 개념을 쉽게 정리해 주기 때문에 그걸 발판으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학창 시절, 꼬이고 꼬인 상태로 배우는 많은 개념들이 이 책 한 권으로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작가 채사장의 힘은 정리의 힘입니다. 


자본주의의 기본 속성을 '공급 과잉'이라고 설명하는 그의 통찰력은 탁월합니다. 물론 누군가 정리해 놓은 생각을 또 한 번 정리해서 알려준 것일테지만 자본주의가 '자본'에 중심을 두지 않고 '공급'에 기본이 놓여 있다고 생각하면 내가 발 딛고 선 땅에 대한 이해가 달라집니다. 나는 공급 과잉의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이미 나온 물건들이 우리 인식과 삶 속에 자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발버둥 칩니다. 자리를 찾지 못한 물건들은 도태 되지만, 이내 새로운 것들이 공급 과잉 되어 자리 다툼을 벌입니다. 우리 삶은 쉴 틈 없는 공급으로 꽉 차 있습니다. 


반대로 과잉 공급된 물건을 소비하지 말고, 방향을 돌려 더 많은 물건도 만들지 말자는 모든 운동과 흐름은 자본주의의 적이 됩니다. 그렇기에 환경, 생태 운동이 자본주의와 자연스레 충돌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덜 먹고, 덜 쓰자는 말은 자본주의를 멈추자는 말이 됩니다. 체제가 인격이 있다면 태생적으로 싫어할 수 밖에 없는 말입니다. 채사장의 정리에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팟캐스트로 들을 때와 책으로 읽을 때 두 경우 모두 좋은 책입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우리 교육 과정의 많은 교과서들을 이 책 시리즈로 통합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보다 더 쉽고 편하게 개념을 정리하는 책이 또 있나 싶습니다. '지대넓얕' 시리즈는 당분간 전부 읽어 버릴 예정입니다. 


머리 속이 복잡한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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