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베타 채널을 운영하는 인생과 같다.
지금 새벽, 6시 30분. 기분이 좋다.
올빼미형 인간이라 늦은 시간 잠드는데도 다시 새벽에 깨어난다.
불면증도 수면장애도 아니다.
그저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너무 재미있다.
너무도.
이 기세로 밀어두었던 글쓰기도 해본다.
그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이유는 작년 23년 연말 처음,
내가 평소 촬영하던걸 유튜브에 업로드해보면서였다.
업로드하고 조회수에 숫자가 1, 2, 3 카운팅 되는 걸 보면서
비록 작은 숫자였지만 숫자가 변할 때마다 흥분을 금치 못했다.
누군가 내가 만든 콘텐츠를 본다니.
늘 소비자 입장에서 보던 유튜브 채널에 내가 운영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수년간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면서 영상은 나와는 다른 범주로만 생각했었다.
아니, 애초에 나는 할 수 없는 분야라고만 생각했다.
(학부시절 영상 수업 때 지독히도 어려웠던 최초의 기억 탓도 있었으리라)
그렇게 채널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처음 채널은 시작도 전에 주제, 네이밍부터 많은 기획을 하려고 노력하면서 쉽게 오픈하지 못하였다.
그렇게 겨우 오픈해서는 일상의 보이는 것은 모두 찍어보았다.
브이로그도 해보고 먹방도 올려보았지만 나의 결과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그리고 나의 가장 이색적인 것을 조합해 콘텐츠로 만들어보자고 했다.
음악과 나의 일상(가장 이색적일 것이리라.)
스스로도 기획이 완벽하고 특별하다고 자부했다.
머릿속에선 이미 나는 십 만유튜버에 언론기사에 내 인터뷰가 올랐다.
모두가 감춰진 내 센스들을 보고 놀랄 테지.
그렇게 다니는 곳마다 장시간 카메라를 켜고 다니기 시작했다.
촬영된 영상은 내가 선호하는 음악들로 선곡해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 올렸다.
제작하고 업로드하고 나만의 영상에 감탄하는 일과를 보냈다.
더군다나 1시간 이상의 영상을 제작하다 보니 2024년 1월은 온전히 사라져 버렸다.
자는 시간 빼고 영상에만 몰두했다.
행복했다.
하지만 이내 곧 불행해졌다.
1개월 운영을 하고 깨달았다.
유튜브는 결코 취미로, 목적 없이 운영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운 좋게 찾아 들어간 유튜버들 오픈톡방에서 앞선 대형 유튜버들의 피드백을 따끔하게 듣던 날이었다.
그들이 내게 수익화할 수 없는 플레이리스트 채널의 향후 계획,
근본적인 유튜브 채널의 목적을 물었을 때,
일단은 취미로 시작해 운이 좋으면 수익화이지 않을까 답변했다.
수년간 수십 개 채널을 운영하고 수천 개 콘텐츠를 제작하고 실패하고 성공한 그들의 답변은,
유튜브에 취미란 없다.
영상이란 하루의 반을 투자하면서 보내야 하는 일이고 어떠한 보상도 없는 고독한 마라톤인데
이 일을 단순 취미로 동기가 가능할까.
기획에 앞서 지속가능한 콘텐츠인지,
그리고 내가 지속해서 채널을 운영할 수 있을지를 기획에 넣었어야 했다.
그렇게 목적 없이 내 전시 매대를 채워나가던 플레이리스트 채널을 내려놓게 되었다.
매일 주식차트 보듯이 구독자, 조회수를 체크하던 채널을 내려놓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허망했다.
그 쉽고 재미있어 보이던 유튜브 채널이 이제 높아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 쉬운 일이었다면 다수가 유튜버가 되고 수익을 창출했으리라.
근 2주간을 내려놓고 생각에 빠졌다.
그 생각은 나는 대체 무얼 잘하는 녀석인가에 대한 물음까지 파내려 갔다.
유튜브 채널 하나로 이렇게까지 좌절할 일인가 하는 물음에
멍하니 사람들의 대화창만 바라보았다.
유튜브 채널을 20억에 매각한 주언규의 글을 찾아보다
'슈퍼노멀'이라는 책도 읽게 되었다.
이렇게 2주간 재정비 시간을 가지고 큰 깨달음을 또 하나 얻었다.
그들은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유튜브와 같은 SNS채널을 기획하고 운영한다는 일은 SNS채널로써 쉽게 접근할 순 있지만
그 기획과 실행에 있어선 사업적인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채널은 운영이 잘 되더라도 늘 베타버전이었던 것이다.
기획이 좋아도 시장에 선택되지 않을 수 있고
빛을 받아 성장한다 해도 후에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결론은 일단 실행하고 테스트해 보고 그다음 수정하고를 거쳐야 하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모두가 나와 같은 설렘에서 실망과 허망 그리고 다시 현실에 순응하며 채널을 키워간다.
이렇게 짧은 시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업, 어쩌면 인생을 맛보았다.
가벼워 보이는 SNS채널 하나를 운영한다는 것은
백조가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로 무수히 발을 구르는,
결국은 우리가 직접 운영해야 하는 삶과 같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