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의 자격

어린이 동반 손님이 환영을 받으려면

by 서랍지기

돈가스보다 먼저 식탁 위로 올라온 것은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새 장난감들이 가득 들어있는 바구니였다. 공주님 액세서리부터 장난감 물총까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 족히 열 개는 넘어 보였다. 딸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장난감을 이리저리 뒤적이고는 마침내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골라냈다. 엄마의 훈수조차 거부하며 열심히 찾아낸 아이의 소중한 보물이었다.


일본의 많은 식당에서 어린이 세트를 시키면 밥보다 먼저 나오는 것이 장난감 바구니이다. 이런 바구니 시스템이 없는 곳에서는 세트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젤리나 요구르트 등의 디저트를 넣어 준다. 아이들은 밥을 먹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디저트를 먹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인지 평소보다 식사 태도가 훨씬 좋아진다. 물론 아이들이 밥을 대충 먹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어 할 때도 있지만, 어찌 됐든 가게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고 조용히 장난감에만 집중할 때가 많아서 부모들도 밥을 편히 먹을 수 있다. 그리고 가게 입장에서도 식당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는 데다가 어린이 동반 손님을 또 오고 싶게끔 하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들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는 효자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토야마현에는 ‘육아 응원단(코소다테 오엔단)’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18세 미만의 자녀를 동반한 가족이 이 제도를 협찬해주는 가게에서 응원단 마크를 제시할 경우에 음식이나 상품 할인, 그 외의 각종 서비스를 받을 수가 있게 되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정해진 날에 어린이를 동반하면 포인트를 가산해 주거나 작은 경품을 받을 수 있는 곳, 키즈존이 갖추어진 상점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주말이 되면 아이들은 외출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다. 가는 곳마다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재미도 있고,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도 심심찮게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온 동네가 어린이들의 놀이터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일본에서는 무조건적으로 어린이를 왕처럼 우대하는 분위기인 것일까?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어서 어린이가 귀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눈 앞에 닥친 고령화 문제가 더 시급하게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한 예로, 공원은 원래 아이들이 놀던 곳이었지만 노인들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공원을 아이들과 공유하게 되었다. 그에 따라 아이들이 공원에서 큰 소리를 내거나 공놀이 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등 아이들의 활동에 제재를 가하는 곳도 생겼다.


일본이라고 해서 애어른 같은 의젓한 아이만 있는 것도 아니고 교관 같은 엄한 부모만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듯 이 곳에서도 천방지축인 아이와 그것을 방관하는 부모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관대하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부모가 아이에게 주의를 주는 것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아이들도 부모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밖에서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이에게 눈을 떼지 말고, 민폐를 끼쳤다는 사실을 인식했다면 고개를 숙일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 어른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나중에 본인들 또한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어떤 손님일지라도 대접을 받고 싶다면 먼저 그에 걸맞은 품위를 지켜야 한다. 이 시대에 어린이를 환영하는 곳이 아직 남아있다면 부모 입장에서도 다른 이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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