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 D-2년, 일본의 흡연 사정
깨끗하고 친절한 나라,
일본.
닌자들이 숨어서 청소기라도 돌려 놓은 것처럼 거리는 깨끗하고, 잘못한 것이 없어도 먼저 사과를 해 올 정도로 사람들은 친절하다. 길의 청결함만 보면 나라 전체가 금연 구역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쾌적한 거리를 만드는 비결은 휴대용 재떨이와 공중도덕을 필수로 챙기는 프로 수준의 흡연 매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깨끗한 거리’라는 것이 흡연자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이를 태우고 운전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 가게 앞에서 줄을 서거나 식당 안에서 밥 먹을 때 담배를 피우는 사람 등 주변에서 흡연자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일상생활 속 흡연 행위가 껌을 씹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워 보인다.
흡연자들이 머문 자리는 ‘깨끗하고’
그들에게 ‘친절한 나라’.
꽁초를 길에 버리는 것이 민폐라는 공중도덕 의식.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보건 의식. 이 두 가지에는 ‘배려’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그러나 간접흡연에 대한 의식과 규제는 이곳 길바닥에서 꽁초를 발견하는 것만큼이나 찾아보기 어렵다. 사실 버려진 꽁초가 담배 연기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이를 알고도 모르는 척, 공중도덕 의식만이 지나치게 거대해진 이곳 상황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뿐이다.
많은 건물은 실내 금연이다. 그러나 그것이 무색할 정도로 현관 바로 옆에는 재떨이가 비치되어 있다. 화장실을 찾는 것만큼이나 긴급한 흡연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누군가의 배려일 것이다. 덕분에 방문객들은 뿌연 연기 속에서 스타가 등장하듯, 화려한 ‘연기 샤워’를 마친 후에야 입장할 수 있다. 물론 현관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담배 연기도 무단으로 동반 입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 편,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손님들이 자주 찾는 한 음식점에는 흡연 공간이 따로 설치되어 있다. 계산대 옆에 한 평 남짓한 공간이 있는데 입구에는 포렴으로 보이는 허름한 천 조각이 걸려 있다. 이곳이 흡연자와 담배 연기에게 자유를 주는 ‘흡연 구역’이라는 공간이다. 그러나 같은 공간 안에 있는 비흡연자에게 담배 연기의 탈출을 논할 자유 따위는 주어지지 않는다.
올림픽 제외 종목,
흡연
2015년 1월 한국은 건물 내 전면 금연을 실시했다. 같은 해 6월 중국도 금연국 대열에 합류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2018년 현재 일본도 간접흡연 방지 대책을 검토 중이다. 이러한 각국의 금연 정책 강화는 올림픽 개최국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는 건강한 생활과 담배 없는 올림픽을 목표로 하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올림픽 개최국은 국가 주도 하에 대회장을 비롯한 각종 산업 시설 내 전면 금연을 실시하는 것이 관례이다. 또한 올림픽 개최에 상관없이 2014년까지 세계의 49개국에서 간접흡연 방지법을 실시하는 등 건물 내 전면 금연은 이미 세계의 상식이 되었다.
한 편,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은 2003년 세계보건총회(WHA)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보건 분야 최초의 국제협약이다. 일본은 2004년 3월에 19번째 국가로서 서명했고 같은 해 6월에 비준하였다. 그중에서 제8조는 간접흡연으로부터의 보호에 관한 지침이다. 이 조항은 간접흡연 방지의 효과가 없는 종래의 흡연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시설 내 노동자들의 건강 보호 측면에서도 전면 금연화를 요구하고 있다.*
가장 빛나는 금메달,
‘금연 선진국’으로의 도약.
공장에서 유해 물질을 배출하는 데에도 엄격한 기준들이 있다. 합법적인 기호품일지라도 그 부산물에 발암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이상, 유해 물질 배출에 대한 적절한 제재는 필수이다. 전면 금연이 당장 불가능하다면 앞으로 설치할 흡연 구역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기준 설정과 종래의 흡연 구역 내 설비에 대한 파악과 점검이 필요하다.
흡연 지정 장소에서는 흡연에 의한 유해 물질들을 확실히 격리, 정화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또한 유해 입자의 확산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흡연 구역 지정이 필요하다. 제대로 기능하는 흡연실의 확보야말로 흡연자가 마음 놓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과 동시에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진짜 '친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눈속임에 불과한 흡연 구역 때문에 유해 물질에 취약한 임산부나 어린이와 같은 사람들이 더 이상 무방비로 노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일본 정부의 금연 정책이 향후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는 가늠할 수 없다. 다만 앞으로 행해질 수도 있는 새로운 시도들이 잠시 머무르는 외국인들을 위한 한시적 방침에 그치거나, 내용이 부실한 보여주기식 개선만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번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이 금연 선진국으로의 도약에 성공한다면 이는 금메달 이상의 가치가 있는, 전 세계가 축하할 만한 경사가 될 것이라 믿는다.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금연 운동이 궤도에 오른다면 표면적으로만 보이는 ‘좋은 이미지’를 가진 나라가 아닌, 비흡연자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깨끗하고 친절한 나라, 일본’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참고문헌: 2020년 도쿄 올림픽・ 패럴림픽 경기대회 성공을 목표로 옥내완전금연으로하는 포괄적수동흡연방지법・조례제정 요망서 (「2020年の東京オリンピック・パラリンピック競技大会の成功に向けて屋内完全禁煙とする包括的受動喫煙防止法・条例制定の要望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