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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저녁 Nov 08. 2019

[밀려쓰는 육아일기] 24개월

내꺼야! 아니야! 하지마!



‘어머님, 오늘 해온이가 친구를 물었어요.’


드디어 그 시기가 왔다. 물고 뜯기는 야생의 시기 24개월. 네 것에 대한 개념은 약하지만 내 것에 대한 소유는 강해져서 하나의 물건을 놓고 친구와 물고 뜯고 때리고 우는 질풍노도의 일춘기.


늦은 개월생인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또래 친구들한테 맞거나 물려오는 일이 종종 있었더랬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비일비재한 일이니 어쩔수없지 하고 별일 아닌 일로 넘길 수 있었던 건 물려오는 입장이었기 때문. 그런데 무는 입장이 되니 이것 참 물린 아이와 그 부모에게 죄송하고 아이의 무는 행동을 어떻게 훈육해야 할 지 머리는 아프고...



24개월에 접어들며 ‘내꺼야’, ‘내가 할 게’, ‘나도’라는 말이 입에 붙은 아이는 아니야병의 시작과 함께 고집과 화가 눈에 띄게 늘었다. 친구와 하나의 물건을 두고 비명을 지르며 대거리를 하는 건 기본. 엄마에게 화가 난다고 때찌를 퍼붓고 바닥에 주저 앉아 버리는 건 일상. 그래도 주변 또래 엄마들의 위로(우리 애도 그땐 그랬어 걱정마 다 지나가)와 조언(시간을 좀 가져)이 힘이 되어 하루를 버티고 있다.



두 돌이 되며 급격하게 변한 한 가지는 아이의 신체발달. 한달 사이에 키가 3~4cm 씩 무럭무럭 자라고 몸무게 역시 무려 2kg 나 급격하게 늘었다. 병원 체중계가 이상한가 싶어 내 몸무게도 재봤는데 체중계는 이상 없더라. 내 몸무게는 이상했지만...ㅠㅠ

크느라 엄청 힘들었는지 밤마다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 울고 온 침대를 흐트리며 굴러다녀 몇날 며칠을 수면부족으로 고생한 것은 덤. 두 돌의 성장통은 정말 무서웠다ㄷㄷㄷ



언어도 눈 깜짝할 사이에 발달하여 어제까지 단어로 말하던 아이가 오늘 갑자기 문장으로 말하는 기적을 경험하였다. 특이하게 말을 존대어로 시작한 아이가 ‘엄마, 안아줘요’라며 애틋하게 말하면 심장이 간지럽고 간이 녹아드는 기분. 손목 관절이 닳아 없어져도 괜찮아! 내가 너를 안아주꾸마!!!



두 돌의 끝자락인 요즘은 ‘엄마, 빨리 가자’, ‘엄마, 이거 할까?’란 말로 날 채근하여 함께 놀기를 종용하고 ‘엄마, 고기가 없어요’라며 반찬투정을 하기도 하는 식으로 나날이 엄마를 조련하는 기술이 늘어나고 있다.

동요 메들리를 흥얼거리며 여러가지 율동 동작으로 엄빠를 즐겁게 해주는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나날이 발전하는 중.



24개월이라는 개월 수는 아기에서 어린이로, 짐승에서 사람으로 변화하는 시작점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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