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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양의 진주 Apr 28. 2021

1년 넘게 지속되는 필리핀의 락다운

두테르테 대통령은 잘하고 있는걸까

    작년 12월 말, 핸드폰을 보다가 2022년 필리핀 대통령 선거 예상 후보자 별 지지율에 대한 보도를 보게 되었다.

현 마닐라 시장 이스코 모레노 19%,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 봉봉 마르코스 14%,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의 딸 사라 두테르테 14%,

필리핀의 자랑스러운 복싱 선수 7%,

현 대통령의 오른팔 봉 고 7%.

(2020년 12월 9-13일 기준) (출처: News5)


    흥미로운 자료다 싶어 캡처 해 놓았다가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여 바로 다음날, 함께 점심을 먹던 회사 동료들에게 물어보았다. 놀랍게도 내 직장 동료들은 하나같이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에 대해 아직 생각해보기는 싫고, 현 대통령이 한 번 더 당선되어 오래오래 대통령직을 맡아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맡으면서 1) 마약범들도 더 많이 체포되었고, 2) 길거리가 더 깨끗 해졌고, 3) 강퍅한 성격의 대통령이 자리에 있어야 사람들이 겁이 나서라도 범행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었던 나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개개인의 정치적 관점에 관련된 것이니 분명한 자료에 기반한 말을 할 것이 아니면 흥분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고, 사실과는 다른 거론을 했다가는 나중에 괜한 망신을 당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속수무책으로 주제를 놓았다.



    그러다 어제, 현 대통령의 업적을 안 좋게 보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권이 싫은 이유를 물었다.


1)      중국에 필리핀을 팔아넘기는 중

    2019년에 진출하여 지금까지 메트로 마닐라의 공항도시 파사이시를 장악하고 있는 중국 온라인 카지노 산업; 중국 국영기업 차이나 텔레콤과 협력 기업인 DITO: 필리핀에 제3대 통신회사로 론칭; 남중국해 (필리핀 영유권) 스카보러 섬 부근에서 필리핀 탐사선들을 쫓는 중국 함정과 항공기들에 대한 빈약한 대처, 등 크고 작은 방법으로 필리핀 주권이 중국의 영향을 받기를 내버려 두고 있으며 대통령으로서 해야 하는 일의 반대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2)      힘없는 마약범들만 총살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많은 마약범들이 죽음에 이른 뉴스를 보며 필리핀 하류층은 많은 마약범들이 자수를 하며 그 숫자가 줄었다고 생각하지만, ‘내 친구들은 여전히 마약을 어디서 구하면 되는지 알고 있을 정도로 필리핀에서 마약은 너무나도 쉽게 구할 수 있어’라고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본인이 가까이하고 있는 마약왕들 외 밀매자들만 공격했으며 그 타격으로 하류층의 목숨만 빼앗겼고, 필리핀 마약 사용의 뿌리는 뽑는 시늉만 했다고 한다.


3)      코로나로 어려운 기간에 필리핀 1대 방송사를 내림

    정부의 움직임을 가장 잘 보도하고 있는 ABS CBN 방송사는 마르코스 전 대통령 계엄령 실시 때도 중단된 적이 있었는데, 두테르테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주지 않는 방송사였는지 필리핀 국세청의 보도와는 다르게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번에도 방송사가 폐쇄되었다. 이 일이 나에게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대답하자, ‘ABS CBN에 근무하던 내 친구가 팬데믹 기간 동안에 직장을 잃고 지금 실업자 생활을 하고 있어’라고 했다. 그 파장으로 자살을 한 사람들도 있었고, 직장을 잃게 된 사람들을 세주고 있는 집주인들, 대출자들 등도 다 타격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두테르테 대통령의 계엄령 실시까지 이를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4)      팬데믹 기간에 불필요한 마닐라 돌로마이트 작업

    팬데믹으로 집에만 있는 사람들이 나와서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며 마닐라 베이에 모레를 갖다 붓고 있다. 장기간 준비하에 인공 바닷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무 대책 없이 바다에 무한한 모레를 부어 놓고 있다. 더 말할 것이 없다.


5)      1년보다 더 긴 락다운 기간

    락다운 기간이 사람들을 답답하게만 하는 것이 아니다. 뉴스를 통해 보니 개발 국가들은 코로나가 터진 이후 조치 과정이 이렇다. 코로나가 터진 후 사람들은 집에서 활동하게끔 권장되었고, 그동안 집단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확진자들의 동선을 파악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다가, 백신이 나온 지금은 백신 접종에 집중하며 어느 정도 팬데믹을 가라 앉히려 노력하고 있다. 물론 이런 팬데믹이 처음인 것은 마찬가지인 개발국가들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진 지 1년이 지난 지금 필리핀은 확진자 수가 50배로 늘었고 매일 보도되는 숫자보다 실제 감염자는 15배 더 많다고 하며, 위에 언급했던 조치 과정 중 아무것도 제대로 실시되지 않았다. 1년 내내 제한되었던 활동으로 필리핀의 경제는 당연히 떨어졌으며 심지어 같은 동남아 국가들과 비교해봐도 훨씬 뒤처지고 있다고 한다.


6)      마르코스 전 대통령 부정축재 재산 환수 소송 기각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약 11조 7천억 원의 부정축재를 행했다고 하는데, 2016년 대선에서 마르코스 일가의 지원을 받은 두테르테 대통령은 부정축재 일부 재산을 환수하려는 소송들이 기각되기를 내버려 두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반대를 무릎 쓰고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시신을 국립 ‘영웅묘지’로 이장하였다. 현재 필리핀 국세청이 걷고 있는 세금은 마르코스 전 대통령 시절 나라가 진 빚을 갚는 데에 사용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사실을 알고 있는 필리핀 사람들은 얼마나 화가 나겠냐고 했다.


    길거리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은 각 시마다의 시장 업무이지 대통령의 업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대통령의 업무는 무엇이며, 그가 대통령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무지는 얼마나 그들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일까? 이번 기회에 필리핀 사람들이 얼마나 자기 나라와 현재 일어나는 일에 대해 모르고 있는지를 잘 알게 되었다.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된 이상 나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뜨려야 하는 책임을 졌다고 친구는 말했다. 다음 대선까지 어느덧 일 년밖에 남지 않았으니 투표권을 가진 모든 이들이 이 사실을 알아야 하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성격상 언제든지 갑자기 계엄령을 실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대로라면 이 비극을 알고 있는 시민들은 발버둥 한번 쳐보지 못한 채 중국에 나라가 넘어가는 것을 두 눈 뜨고 보는 것밖에 되지 않으니 대처방법을 더 잘 알고 있을 사람들의 귀에 들리기까지 우리는 널리 널리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커버 사진 출저: The Bangkok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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