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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리 Dec 31. 2023

이별 전 마지막 만남

어제 이별을 하기로 하고 마지막 만남을 가졌다. 연애 기간동안 눈치 없었던 나는 상대방의 불만이 쌓여가는 줄도 모르고 나혼자 즐겁게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를 받고 나서 

놀란 감정과 억울한 마음을 그대로 표현했고 다시 생각해보라고 설득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복잡한 마음을 그대로 내뱉었다. 그로부터 4일 뒤 나는 마지막이라는 핑계를 대며 만나자고 했고 다행히 만날 수 있었다. 

 

우선 나는 내가 그동안 서운하게 했던 점들과 사과해야했던 순간을 회피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감정이 앞서서 항상 차분히 사과하지 못하는 나를 알기 때문에 그가 오기전에 편지를 써서 내 마음을 담기로 했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또다른 설레임이 있었다. 마지막임을 알면서도 혹시나 우리가 달라지지 않을까하는 작은 희망을 품은채로. 최대한 예쁘게 준비하고 편지지를 부랴부랴 구입하고 만나기로 한 장소 근처에서 장문의 편지를 3장이나 쓰게 되었다. 


내가 부족했던 부분들을 인정하고 사과했고 내가 당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고백했다. 마지막 장을 쓸 때쯤에는 감정이 올라와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장소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고 나는 그때처럼 또 다른 지점으로 착각해서 부랴부랴 뛰어가는 실수를 또 반복하는 여전한 나였다. 다행히 많이 늦지 않게 도착하여 만났고 2주 동안 안봐서 다시 보니 나는 또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다. 마지막이 늘 슬프기한 한 시간은 아닌가보다. 

 한참동안 또 얘기를 하다보니 그가 나에게 힘들었던 점을 계속 들을 수 있었고 내가 또 지쳐갈때 쯤 편지를 전달했다. 그동안 쌓인 감정은 좀 풀어줬으면 했다. 편지를 읽고 나서 어느정도 마음이 풀렸는지 이야기를 계속 해나갔고 얘기하다보니 그동안 서로 오해했던 포인트들이 있었다. 우리의 서사가 왜 이렇게 흘러왔는지에 관해서 퍼즐을 맞추는 느낌이었다. 나혼자 생각했던 것들을 말하던 순간 또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로가 지레짐작하고 배려하면서 굳이 말하지 않았던 것들 그리고 꺼내어보이고 싶지 않았던것들을 꺼내면서 상처라기보다는 서로가 이해가 조금 더 되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미 나에게 마음을 닫은 상태였고 본인도 자신이 그동안 진심이었음을 어필했다. 본인은 이미 나에게 마음을 닫았기에 더이상 줄 수 있는 게 없고 나만 좋아하는 이 관계는 결국 안좋은 결말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 그렇기에 여기서 멈추는 것이 내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그 부분이 나는 전혀 이해가 되지않았다. 안 좋은 결말이라는 것이 안해보고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 마음의 크기는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나는 안다. 본인의 현재의 감정이 영원할 것이라는 것은 지레짐작이고 나는 그렇게 안되게 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 부분을 설득하기에는 나는 이미 설득력을 잃은 상태였고 나는 그의 선택을 존중할 수 밖에는 없었다. 나는 나의 무뚝뚝함과 무심함을 무기로 많은 상처를 줬고 나를 믿을 수 없는 그를 이해해야만하는 상황이니까. 


그럼에도 이전보다 나는 마음이 한결 가볍다. 내가 하지 못했던 말들을 모두 편지에 담았기 때문에 후회가 남지 않는다. 그 편지를 전달하지 못했다면 나를 거절하는 그가 미워서 두서없이 방어벽을 친 말들로 계속해서 상처를 줬을 것이다. 마지막에는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으니 그도 어느정도 나의 사과와 진심이 그에게 작은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며칠은 계속 생각이 나겠지만 늘 그렇듯이 잊혀질 것이다. 그래도 그동안 나는 행복했어. 이런 나여서 미안했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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