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는 그저 좋아요.
8월의 스페인은 극강의 여름을 느낄 수 있는 날들이었다. 습하지 않은 더위였기에 '무덥다'는 말 정도로만 넘길 수 있었다. 아직까지는.
민박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깔끔하고 고급스러웠던 우리의 숙소. 람블라스 거리 한 복판에 있는 데다 매일 궁금해지던 조식. 아는 언니 같은 사장님과 콜리의 친절한 맞이는 숙소를 더욱 편하게 해주는 덤이었다.
점심밥으로 그가 초이스 한 곳은 핫도그 전문점 'The dog is hot'. 힙한 느낌이 가득한 외관. 오픈 전에는 셔터가 내려져 있어서 잘 모르는데 셔터를 올리는 순간 거대 핫도그가 등장한다. 오픈 시간에 맞춰 갔지만 이미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기본인 텍사스 도그와 칠리 도그에 치즈를 추가해서 주문했던 것 같다. 핫도그가 별 맛이겠어라는 의심을 무색하게 만드는 맛이었다. 푸짐하고 담백해서 한 끼로 든든했다.
다시 찾은 바르셀로나이기에 이전과 비교를 할 수밖에 없었다. 보케리아 시장은 로마 다음으로 아쉬움이 남는 곳이다. 전에 왔을 때가 더 좋았다. 4년 전에 왔을 때는 더 많은 것들이 더 싱싱하게 진열되어 있었고 활기 찬 시장의 매력이 고이 느껴졌지만 이 날의 보케리아 시장은 그런 활기를 느낄 수 없었다. 사람들이 쉽게 찾는 과일과 하몽만 있었고 날 것보다는 완제품이 늘어난 것 같았다. 그 와중에 한국 음식을 파는 식당이 있어서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람브라스 거리의 상징인 콜럼버스 동상. 동상이 가리키고 있는 바다를 보며 사뭇 감상에 젖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처럼 용기 내어 살아보자는, 살짝 오글거리는 다짐도 곱씹어보고.
해변을 지나 다시 람브라스 거리로 돌아왔다. 검은 종이를 순식간에 잘라 대상의 실루엣을 만들어주는 작가가 있었는데 굉장히 생동감 있는 퍼포먼스였다. 10유로 정도였는데 기념하고 싶어서 갖고 싶다는 나를 그는 못마땅해했지만 장발의 그와 밀짚모자를 쓴 나의 실루엣은 삽시간에 만들어졌다. 지금은 화장대 거울에 붙어 있는 그날의 추억.
바르셀로나 하면 가우디. 가우디의 3대 건축물 중 하나인 구엘 공원. 크기가 이렇게 컸었나 싶을 정도로 살뜰히 둘러봤다. 무료 존만 다녔지만 충분히 가우디의 자취를 느낄 수 있었다. 입장 시간을 놓쳐서 공원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는데 전에 와봤던 터라 나는 아쉽지 않았지만 그는 매우 아쉬워했다.
밤이 찾아온 바르셀로나의 거리. 버스 안에서 스치듯 봤던 '까사 바트요'와 너무나도 고풍스러웠던 '맥도날드'까지, 밤의 바르셀로나는 낮과 다른 분위기로 도시를 물들였다.
민박집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맛집. '라 파라데타'는 싱싱한 해산물을 요리해주는 곳이다. 해안가의 식당처럼 생물을 진열해놓고 무게를 재서 판매한다. 먹을 만큼 담아서 원하는 요리를 적어 함께 주면 선택한 방식대로 요리가 나오는 구조였다. 엄청나게 푸짐한 양과 풍부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역시 현지인 추천은 클래스가 다르단 걸 느꼈다.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대기가 무척이나 길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들이킨 생맥주와 해산물 요리라니. 2만 보 정도를 걸었던 하루였는데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2016. 8. 3. WED
'활기'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도시, 바르셀로나. 여행지로는 더할 나위 없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가득한 곳. 한 여름의 무더위도 견딜만한 것이라고 알려주는 매력적인 곳. 온갖 긍정의 형용사를 덧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곳이기에 나는 입이 마르도록 바르셀로나를 추천하고 그리워한다. 바르셀로나에서는 그와 다툰 적도 거의 없을 정도로 우리는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장소가 주는 긍정의 힘이, 조금은 예민했던 그와 나의 긴장을 풀어주었던 것 같다. 매일매일 사랑한다는 말로 끝을 맺은 메모들을 보면 그곳이 평화의 장소였다는 것을 방증한다.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밤은 알차고 만족스럽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