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이 안전하지 않을까 봐 망설여질 때

마음노트

by 보미


여러분은 심리상담을 신청할 때 어떤 고민을 하시나요?

이 상담자가 나와 잘 맞을까, 이 상담이 나에게 정말 도움이 될까, 가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아마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겠지요.


상담을 신청하기 전, 누군가는 이런 고민을 합니다.

"이 상담이, 이 상담자가 나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이미 사회에서 수많은 차별과 오해를 경험해 온 사람에게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일 수 있습니다. 혹시 상담에서도 나를 증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건 아닐지, 나라는 이유만으로 판단받지는 않을지 두렵기 때문입니다.





마음노트

상담이 안전하지 않을까 봐 망설여질 때 ―

LGBTQ+ 내담자를 위한 심리상담





한국상담심리학회 윤리규정에는 ‘다양성 존중’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상담심리사는 모든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 존엄성, 가치를 존중하며 성별, 장애, 나이,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사회적 신분, 외모, 인종, 가족형태, 종교 등을 이유로 내담자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상담계는 이미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를 병리화하거나 교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비윤리적이며, 윤리규정을 위반할 경우 징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와 윤리 규정이 곧바로 모든 상담 장면의 감수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일부 상담 장면에서는 무지에서 비롯된 질문이 나오기도 하고, 상담자에게 의도가 없었더라도 내담자에게는 차별로 느껴질 수 있는 말들이 오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의 가능성은 성소수자 내담자들이 상담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퀴어 프렌들리’한 상담센터와 상담자를 찾습니다.


상담에서 다루고 싶은 주제가 꼭 정체성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그렇습니다. 스스로를 퀴어로 정체화하는 이들은 무엇보다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먼저 찾습니다.


실제로 성소수자 내담자들이 가져오는 주제는 다양합니다. 연애 문제, 직장 스트레스, 가족 갈등, 우울과 불안 등 우리가 흔히 만나는 상담 주제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퀴어 프렌들리한 상담자를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존재를 설명하거나 방어하지 않아도 괜찮은 공간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애인'이라고 말했을 때 그것을 이성 관계로 가정하지 않는 상담자, 자신이 받아들이고 있는 정체성을 문제의 원인으로 단정하지 않는 상담자를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필요를 이해하는 상담자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공간이 퀴어 프렌들리함을 알립니다. 상담실에 프라이드 플래그를 두거나, 길벗체를 사용하거나, 센터 소개에 성소수자 상담을 명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말입니다.

성소수자 상담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공부하고 연대하는 상담자 네트워크도 존재합니다. 'LGBTQ+ 상담 연구회'나 '다다름'과 같은 모임이 그 예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상담을 망설이는 내담자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미 여러 번 설명해야 했고, 몇 번이나 오해를 감당해왔다면, 또다시 자신을 내어놓는 일이 두려운 건 당연합니다.

그건 당신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억압과 차별, 혐오로 인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망설여도 괜찮습니다. 준비되지 않았다면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그럼에도 어느 날, 아주 조금이라도 “그래도 한 번쯤은…” 하는 마음이 올라온다면, 그때는 기억해 주세요.


여기에서 배우고, 연대하며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상담자들이 있다는 것을요.


상담이라는 공간 안에서 ‘나’를 설명하거나 방어하지 않아도 되는 경험. 내 정체성이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그냥 나의 일부로 존중받는 경험. 안전하다는 감각 속에서 오랫동안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천천히 꺼내보는 경험. 그런 경험들은 천천히 분명하게, 내 안에서 변화를 만들어 낼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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