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노트
병원이든 상담센터든, 전문가가 진행하는 심리검사에는 반드시 해석상담이 함께 이루어집니다.
검사를 실시한 뒤 결과지만 건네며 "알아서 읽어보세요"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건 전문가 윤리에 저해될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왜 심리검사를 실시한 뒤 반드시 해석상담이 필요한 걸까요?
그냥 결과지만 주고 알아서 읽어보게 하면 훨씬 빠르고 편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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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검사 해석상담이 필요한 이유는, 검사 결과를 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 설명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돕기 위해서이기도 하지요.
MBTI나 STRONG 같은 성격유형 검사, 진로 탐색 검사는 결과지가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검사 결과를 해석하는 문장도 일상적인 언어에 가깝지요.
하지만 MMPI나 TCI와 같은 검사들은 어떤가요? 일단 결과지만 봐서는 무슨 의미인지 알아보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숫자와 그래프, 낯선 용어들 때문에 쉽게 감이 오지 않지요.
해석상담을 통해 전문가는 이 검사가 무엇을 측정하는 검사인지, 그리고 이러한 검사 결과를 어떻게 이해해 볼 수 있는지를 피검사자의 삶과 연결지어 설명해줍니다.
또한 검사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결과를 혼자 해석하다 보면, 검사 결과를 단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결과지에 나와 있는 표현에 매몰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질과 성격을 측정하는 검사 결과에서 '사회적 민감성'이라는 표현을 보고, 그것이 어떤 특성을 설명하는 개념인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나는 성격이 너무 민감한 사람이구나.'라고 단정해 버린다면 왜곡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오해를 줄이기 위해 해석상담이 꼭 필요한 것입니다.
심리검사는 어디까지나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입니다.
우리는 해석상담을 통해 이 검사결과를 나를 이해하는 참고자료로 잘 활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해석상담은 검사 결과를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지금 나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볼 수 있을지를 상담자와 함께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석상담을 마치고 나면 후련함을 느끼는 분들도 있습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지금 나에게 이런 게 필요했구나."
이런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지요.
그런데 동시에,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남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해석상담은 보통 1시간에서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검사 결과를 이해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그 이후의 이야기를 충분히 다루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검사는 결국 지금 나의 상태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그리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갈 것인지는 상담의 영역에 해당합니다.
해석상담을 통해 "그래. 나에겐 이런 부분이 필요하구나.", "이런 방식이 나를 더 힘들게 했구나."하고 알아차렸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현실에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마치 운동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너무 잘 알고 있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은 모습과 비슷합니다.
지금 나에게 어떤 운동이 필요한지, 어떤 방식이 나에게 맞는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고, 때로는 그 과정을 함께해 줄 지지자가 필요합니다. 운동이 아직 익숙하지 않을수록 더욱 그렇지요.
상담은 알아차림을 실제 경험으로 옮기는 과정입니다.
이해를 반복적인 연습으로 바꾸고, 관계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시간이죠.
그러니 심리검사를 받고 난 뒤 조금 아쉬운 마음이 남거나, 나 자신에 대한 깨달음을 더 오래 붙들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상담은 좋은 연결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