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노트
대학 상담센터에서 일을 하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상담을 신청하는 학생들보다 심리검사를 먼저 찾는 학생들의 수가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MBTI 검사의 유행으로 호기심을 갖고 찾아오는 학생도 있었고, 수업 과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방문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그런 이유를 제외하고도 그냥 궁금해서, 나 자신을 알고 싶어서, 무료로 진행한다고 하니까 받아보고 싶어서 검사를 신청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상담을 신청하기에는 아직 망설여지지만, 심리검사는 비교적 가볍게 접근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 보였습니다.
이런 흐름은 학생상담센터 안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닙니다.
요즘은 다양한 심리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간편하게 실시할 수 있는 심리검사들이 제작되고,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널리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 검사들이 모두 체계적인 절차를 거쳐 충분히 검증된 도구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심리검사를 좋아하고, 실제로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심리검사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심리검사를 찾게 되는 걸까요?
저는 그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우리가 왜 심리검사에 끌리는 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마음노트
심리검사는 개인의 심리 상태와 행동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고안된 하나의 측정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검사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전문가의 해석이 반드시 필요한 임상·상담 장면에서 사용하는 검사도 있고, 일상에서 비교적 가볍게 실시하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성향 검사도 있지요.
모든 검사는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개발되었고, 그 목적에 따라 사용 방식과 해석의 깊이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분명한 의도와 필요에 따라 검사를 선택하고, 실시하고, 해석합니다.
그렇다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은 어떤 마음에서 심리검사를 찾게 되는 걸까요?
어떤 마음이 우리를 심리검사로 이끄는 걸까요?
저는 그 이유 중 하나가
'나 자신을 규정하고 싶어하는 욕구'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MBTI 검사를 떠올려 볼까요?
MBTI는 총 16가지 유형으로 성격을 분류하고, 각 유형의 특징을 비교적 명확한 언어로 설명합니다.
에너지의 방향을 어디에 두는 것을 선호하는지, 어떤 유형의 정보를 어떻게 인식하고 판단하는지 등을 기준으로 이 사람이 관계를 맺는 방식이나 일하는 방식을 설명해 주지요.
내가 어떤 유형인지 알게 되면, 나 자신을 조금 더 분명한 언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난 이런 방식이 더 편하고, 이런 방식은 좀 어려운 사람이야. 이렇게 말이죠.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나의 모습도,
스스로 괜찮다고 느꼈던 나의 모습도,
'내가 이런 유형이라서 그랬던 거야'라는 식으로 이유를 붙일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정리하고, 선택하고, 설명하는 일은 우리에게 안정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애착 유형이 큰 관심을 받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입니다.
안정형, 불안형, 회피형과 같은 이름은 나의 관계 패턴을 설명해주는 언어가 되어 줍니다.
물론 MBTI도, 애착유형도 사실은 그 결과가 나 자신을 온전히 설명해 주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렇게 나를 규정하는 언어를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고, 타인에게 설명하며, 어느 정도의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지금의 내 상태를 빠르게 이해하고 싶은 마음'일 수 있습니다.
상담과 비교했을 때, 심리검사는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인상을 줍니다.
상담은 상담자와 함께 시간을 들여 경험을 탐색하고, 관계 속에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단회기 상담이 있긴 하지만, 한 번의 만남만으로 명확한 결론이 나오는 작업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심리검사는 한 번 실시를 하면 결과가 나오는 구조입니다.
검사에 따라 소요 시간은 다르지만, 대부분 1시간 내외로 마무리되고 결과를 비교적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빠른 속도에 익숙한 우리 사회의 특성상, 심리적인 어려움을 이해하고 싶을 때 심리검사를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일지도 모릅니다.
'한 번쯤 받아볼까?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기 쉽고, 비용 부담이 적다면 그 문턱은 더 낮아집니다.
세 번째 이유는 '내가 겪는 고통이 단지 주관적인 느낌이 아니라는 확인'을 받고 싶어서일 수 있습니다.
내가 경험하고 있는 지금 이 어려움이 내가 예민해서 더 크게 느끼는 게 아니라, 그렇게 느낄만한 것이라는 걸 확인받고 싶은 마음인 거지요.
집에서 혼자 실시해 볼 수 있는 스트레스 검사나 우울 검사부터, 병원이나 상담 장면에서 보다 깊이 진행되는 검사들까지. 사람들은 검사를 통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설명 가능한 것인지 알고 싶어 합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나 자신의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알아주는 데 서툽니다.
너무 괴롭고 힘들어도 혹시 내가 과장하고 있는 건 아닐지, 변명하거나 핑계를 대고 있는 건 아닐지 스스로를 의심하곤 하죠.
그럴 때, 내가 겪는 이 고통이 막연한 기분이나 나약함이 아니라, 분명히 설명될 수 있는 경험이라는 확인을 받고 싶어집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를 통해 '나는 지금 도움이 필요할 만큼 힘들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때로는 타인에게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그 안에 담겨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심리검사를 받고 싶어지는 몇 가지 이유를 살펴보았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사람들이 심리검사를 찾게 되는 이유는 정말 다양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의 내 상태를, 괴로움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확인받고 싶은 마음으로 심리검사를 찾습니다.
심리검사는 막연했던 마음에 이름을 붙여주고, 설명되지 않던 경험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하지만 그 이후, 이런 질문들이 남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왜 나는 이런 성격이 되었을까?"
"이건 바꿀 수 없는 걸까?"
바로 이 지점에서 상담이 개입하게 됩니다.
심리검사 결과를 이해할 때 전문가의 해석 상담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지요.
다음 글에서는 검사 결과를 이해할 때 주의해야 할 점, 해석 상담의 의미, 그리고 그 이후 상담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조금 더 이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