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노트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에는 많은 분들이 신년 목표를 세우곤 하시죠.
작년의 나를 돌아보며 이루지 못했던 것들을 반성하고,
올해 해내야 할 것들의 목록을 새롭게 써 내려갑니다.
책을 더 많이 읽겠다는 다짐,
새로운 언어를 배워보겠다는 계획,
혹은 운동을 꾸준히 해보겠다는 목표까지.
아마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결심을 하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혹시, 반성해야 할 것들의 목록과 새해에 해야 할 일들의 목록 안에 '내 마음건강을 챙기는 일'도 함께 적어두신 분이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을 잊지 않으셨군요.
아마 많은 분들이 그 항목을 놓치셨을 것 같거든요.
마음노트
물론 마음 건강을 챙기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상담이 될 수도 있고, 명상이 될 수도 있고, 정신과 진료를 받는 일이 될 수도 있죠.
혼자 글을 쓰며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아주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존중하고 존중받는 경험을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내 마음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문제는,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를 미처 떠올리지 못하는 분들이 정말 많다는 점이에요.
새롭게 성취해야 할 일들을 정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어려운 건, 내가 어떤 방식으로 내 마음을 살피고 어떻게 나를 존중해야 하는지를 고민해보고,
그걸 실제로 시도하는 일이죠.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직업 문제로, 관계 문제로, 혹은 삶의 의미와 방향에 대한 고민으로 힘들어하면서도 그 어려움의 본질을 살피는 일을 뒤로 미뤄두곤 합니다.
물론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제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한 가지는 '그게 너무 번거롭고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피해왔던 감정을 들여다보고,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그 의미를 이해하려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버겁게 느껴지는 거죠.
내 마음을 살펴보는 일은, 어쩌면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정리하는 것보다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내가 느낀 감정을 들여다보기보다는 해야 할 일들로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그 고통을 잠시 피해가곤 합니다.
내 안의 외로움과 슬픔을 마주하기 두려워 하루 종일 쇼츠를 보며 빈틈을 허락하지 않기도 하고,
관계에서의 갈등과 상처를 이해하기 어려워 몸을 혹사시키듯 운동에 몰두하기도 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과 나 자신에 대한 수치심을 견디기 힘들어 일과 자기계발에 끝없이 매달리기도 하죠.
하지만 감정은, 피한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내가 경험한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고 돌보는 시간을 갖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국 더 큰 신호가 되어 '나를 좀 봐달라'고 말해옵니다.
어렵게 느껴지시나요?
맞아요. 어려운 일이 맞습니다.
내 마음을 살핀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쉽지 않은 일이고, 아주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그래서 저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합니다.
상담실에 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분들은 얼마나 힘이 있는 분들일까, 하고요.
나를 위해 나의 감정을 살펴보고, 경험하고,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 분들이니까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꼭 올해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내 마음을 살피는 일'이 여러분의 새해 계획 속에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