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포기라는 말에 숨은 용기

마음노트

by 보미


나는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야.


버텼어야 했는데,

또 포기해 버렸어.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그리고 사실 저 역시도 그런 생각을 해왔습니다.


어떤 마음에서 그런 말을 하게 됐는가를 떠올려 보면, 어쩐지 부정적인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끈기가 부족해서, 마음이 약해서, 끝까지 해내지 못해서...

그런 뉘앙스가 '포기했다'는 말에 자연스럽게 따라붙습니다.

스스로를 탓하는 마음이 그 말을 더 날카롭게 벼립니다.






마음노트

포기라는 말에 숨은 용기





그러나 지금은 그 '포기'라는 말 안에 숨은 용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부당한 환경에서 벗어나기로 한 선택.

나를 지키고 보호하기로 한 마음.

나를 위한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 결정.


'포기'라는 말에는 이런 용기가 담겨 있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버티는 것'을 미덕처럼 여깁니다.

어떤 환경에서든 일단 끝까지 버텨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사람이 무엇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지 묻기보다는,

그저 포기했다는 사실 하나로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돌려버리곤 합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버텨야 하는 환경에서도,

마음이 너덜거릴 만큼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조금만 더 버티면 돼, 버티는 게 이기는 거야.

그 고통을 직접 겪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말합니다. 모두가, 그렇게 속삭입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되뇌이게 됩니다.

다들 버티는데, 여기서 버티지 못하면 그건 내가 나약한 거라고. 결국 내 잘못이라고.



그러니 벗어난다는 것은, 그만둔다는 것은, 포기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일까요.



나를 상처입히고 훼손하는 환경 속에서 버티지 않고 벗어날 수 있다는 것,

더 고통받지 않도록 나를 보호하는 선택을 해주는 것,

괜찮지 않은 것을 괜찮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포기'라는 말 속에 숨은 용기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모든 선택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이유에 따라, 마음에 따라 선택을 하게 되니까요.


다만, 그만두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유독 더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곤 합니다.

그 사람 스스로도 자신을 더 세게 몰아붙이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한 가지를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포기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것.


버티는 대신 떠나기를 선택하는 일.

그것은 도망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고, 새로운 삶을 향한 움직임이라는 것을요.





barefoot-3282524_1280.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상 속 작은 틈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