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받아들이는 마음에서 공존은 시작된다.

by 미칼

“회의 일정 확인해 보니 팀장님 캘린더가 비어 있어서, 시스템에 팀장님을 회의 참가자로 등록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건 미리 말하지 않았지? 중요한 회의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는데, 사전 설명도 없이 등록해 두면 곤란하지.”

팀원은 상사의 스케줄을 배려해 등록을 완료했다고 생각했지만, 상사는 사전 대면 보고나 구두 전달이 없었다는 점에 불편함을 느낀다. 시스템과 기능 위주로 일처리를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세대와, 말 한마디로 서로 납득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 간의 시각 차이가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다.

“팀장님, 이 작업 어떤 방식으로 정리하면 좋을까요?” “그건 네가 좀 알아서 해봐. 일일이 다 알려줘야 하나?”

윗사람 입장에서는 ‘일은 하면서 배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러웠다. 시키면 해내는 것이 능력이고, 일일이 설명을 구하면 아직 덜 준비된 인재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아랫사람은 자신이 맡은 일을 명확히 이해하고 실행하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방향과 기준에 대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컸다. 질문은 책임 회피가 아니라,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시도였던 셈이다. 결국, 같은 상황에서도 서로의 기대와 해석이 달라 엇갈리는 것이다.


이 두 장면은 특별한 갈등이 아니라, 오늘날 많은 조직에서 흔히 벌어지는 세대 간 오해의 풍경이다.

한쪽은 ‘시스템을 통해 일정을 공유하고 등록했으면 충분한 전달’이라고 생각한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일정을 정리하고, 알아서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라 믿는다. 그러나 다른 한쪽은, 중요한 회의일수록 직접 말로 전하는 절차와 대화하여야 신뢰가 생긴다고 여긴다.

한쪽은 ‘업무를 맡겼으면 알아서 정리하고 결과를 내야 한다. 고 여기지만, 다른 한쪽은 ‘기준과 방법까지 설 명 받고 방향을 확인해야 진짜 업무 지시’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만, 일과 소통, 책임을 바라보는 기준이 서로 다르다.

조직행동 이론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세대 간 다양성(Generational Diversity) 문제로 설명한다.

이 개념은 카를 만하임(Karl Mannheim, 1893–1947, 독일)이 제시한 ‘세대 단위(generation unit)’ 개념에서 시작되었고, 이후 윌리엄 스트로서(William Strauss, 1947–2007, 미국)와 닐 하우(Neil Howe, 1951– , 미국) 가세대별 가치관과 사회적 성향을 분석하며 세대가 조직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체계화했다.


하지만 세대는 단순히 출생 연도로만 나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자라난 시대적 환경, 경험한 문화, 교육 방식, 기술과의 관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같은 시대를 살았더라도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어떤 조직에 처음 들어갔는지에 따라 업무에 대한 인식은 매우 달라질 수 있다.

세대 차이는 단순한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조직 안에서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자산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차이를 ‘이해하려는 태도’와 ‘관계 안에서 맞춰가는 지혜’다.

이 책에서는 이 개념을 현장에 적용하기 쉬운 방식으로 풀기 위해, ‘경험 중심 세대’와 ‘가치 중심 세대’라는 실천적 용어를 사용한다. 이는 필자가 약 20년간의 인사·교육 실무 경험과 대학원에서의 조직심리학, 커뮤니케이션 이론 학습을 바탕으로 정리한 개념이다.


세대를 새롭게 정의하는 이유

보통 세대를 구분할 때는 출생 연도를 기준으로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밀레니얼 세대, Z세대 등으로 나눈다. 이는 사회학자 윌리엄 스트로스(William Strauss, 1947–2007, 미국)와 닐 하우(Neil Howe, 1951– , 미국)가 정리한 세대이론을 토대로 한 방식이다.

하지만 출생 연도만으로 세대의 특징을 설명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같은 시기에 태어났다고 해서 모두가 동일한 환경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이 성장한 지역적 배경, 가족의 경제적 수준, 교육 기회와 질, 사회적 사건에 대한 체험 여부, 그리고 진입한 조직의 문화와 특성에 따라 각자의 삶의 궤적은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같은 1980년대 생이라도 대도시에서 비교적 풍요로운 환경과 다양한 교육 기회를 누리며 자란 사람과, 지역 소도시에서 제한된 자원 속에서 성장한 사람은 전혀 다른 사회적 감수성과 가치관을 가질 수 있다. 또,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경제적 충격을 어떤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경험했는가에 따라서도 일에 대한 태도와 안정성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다르게 형성된다.

더 나아가, 같은 기업에 입사하더라도 누군가는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문화를 체험하며 '관계 중심적 생존 전략'을 배우고, 또 다른 누군가는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 분위기 속에서 '자기 주도적 성장 전략'을 내면화할 수 있다. 이처럼 출생 연대라는 하나의 잣대만으로 개인의 가치관이나 일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것은 매우 단편적인 접근이다.

결국, 세대 구분은 단순한 연도 구분이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는가', '어떤 경험을 통해 세상을 이해했는가', '어떤 가치를 삶의 기준으로 삼게 되었는가'를 함께 고려할 때 비로소 현실적인 의미를 가진다.


특히 조직 안에서는 단순한 출생연도보다 ‘일에 대한 경험’과 ‘중시하는 가치’가 세대 간 차이를 더욱 실질적으로 가르는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1985년에 태어난 사람이라도 대기업의 위계적 문화 속에서 커리어를 쌓았다면 경험 중심 세대의 특징을 가질 수 있다. 반대로, 같은 1980년대생이라도 스타트업이나 수평적 조직 문화에서 성장했다면 가치 중심 세대에 가까운 감각을 지닐 수 있다.

조직심리학자 드니지 루소(Denise M. Rousseau, 1951– , 미국)는 인간의 직업적 선택과 가치관 형성은 단순히 연대가 아니라, '경험한 환경'과 '주요한 사회적 학습'에 의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세대를 구분할 때는 단순한 시간의 흐름보다, 그들이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가치를 내면화했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단순한 연대 구분을 넘어, 조직 내에서 ‘일과 관계’를 바라보는 기본 태도와 실천 방식을 기준으로 세대를 새롭게 정의하고자 한다. 이는 보다 현실적이고, 현장에서의 공존을 돕는 실용적인 구분 방식이 될 것이다..